지금은 모두에게 호시절

by 이용현


한 때는 오직 푸르기만 했던 나무가 옷을 벗어놓으니 앙상한 뼈만 남은 것 같았다. 그동안 가려졌던 것이 더 잘 보이는 겨울. 한 해의 끝을 다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앞 날.

죽음도 언젠가 겨울나무 같은 모습을 보여주진 않을까.


뒤를 돌아보니 화려함에 휩싸여 본질을 놓치고 살았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는 오늘.

어느 날도 쉬운 날이 없었지만 살아있음으로 충분한 푸르른 나의 생을 끝없는 한탄과 후회와 원망들로 채워온 것은 아닌지 나무 앞에 고하게 된다.


청춘도 목숨도 결국 사시사철 푸르지 않다. 어머니가 아프고 누군가의 별세 소식이 들릴 것이다. 그 소식을 들으며 우리는 매 순간 더 풍성하고 따뜻하게 살아야 한다. 겨울로 가는 문턱까지 오만함에 가려진 어리석은 인간은 되지 말자.


모든 게 다 걷히고 난 겨울에는 풍경이 더 잘 보인다.

죽음 앞에서도 지나온 내 삶이 더 잘 보이겠으나 이미 그때는 늦은 것인지도 모른다.


앙상한 겨울인 지금도. 뿌리를 내리고 버티고 있는 지금이 가장 좋은 호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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