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가 나지 않는 일에 관하여
다음 책을 내겠다고 틈틈이 원고를 쓰고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책을 낸다는 건 실질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24시간 중 9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고, 정시에 퇴근하는 것도 아니니 야근과 회식 등을 더하면, 출퇴근 시간을 포함해 평일에 주어지는 시간은 1시간에서 2시간 남짓이다.
잠을 쪼개 새벽까지 써야 겨우 2시간 정도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책상 앞에 앉는다.
마음이 가벼운 날도 있지만, 대개는 지친 몸을 끌고 노트북을 펴는 것부터가 고된 일이다.
써 내려간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많고, 진도가 더디게 나갈 때도 있다.
매일 밤, '이렇게 해서 과연 책을 낼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성과 없는 시간을 견디는 일.
그것이 이 작업의 대부분이다.
나는 매번 나를 의심하고, 나 자신을 시험해야만 한다.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결과는 한동안 없고, 성취의 기쁨도 느끼기 어렵다.
피드백을 바로 받을 일도 아니기에, 잘 쓴 글인지 못 쓴 글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항상 최초의 독자는 나 자신이고, 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고, 스스로에게 평가받아야 한다.
책 한 권을 만들겠다고 2년 가까이 원고를 만지고 있다.
지금 5권 정도의 원고가 쌓였지만, 직장생활에 매몰되어 출간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그 시간이 쌓일수록 마음 한구석이 조금씩 쑤셔온다.
다만, 이런 일을 하면서 얻게 된 것도 있다.
욕심을 내면서도 씨를 심은 날 바로 꽃이 피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급해지면서도 결국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삶의 인내를,
조용히 배워가고 있다.
나는 오늘도 느릿하지만 성실히, 한 문장 한 문장을 쌓아간다.
아직 보이지 않는 성과를 믿으며.
성과가 좋으면 좋겠지만,
무엇보다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기를,
적어도 나 자신만큼은 믿고 싶다.
성과가 나지 않는 일.
그 누구도 박수쳐주지 않고, 보상으로도 이어지지 않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마, 그런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