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령을 선포합니다
2024.12월 03일. 22시 무렵 다들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저는 다음 책 출간 준비로 위로 에세이 원고를 쓰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90%가량의 원고를 다 썼었고. 거의 퇴고 단계에 있었습니다. 제목은 '당신이 잘 됐으면 좋겠다.'였습니다. 그간 여기저기에 써놓은 글들을 모아 용기나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책으로 만들어 전하고 싶었고 2월이면 세상에 나올 준비를 마치고 있었습니다.
그 시점 친구네 집 앞에 탱크가 지나간다는 메시지가 하나 울렸고 계엄령이 터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어."
귀를 의심했지만 교과서에서 들을 법했던 그 계엄령이 맞았고 그와 동시에 계엄포고령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
전문 생략.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
2024.12.3.(화)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
눈과 귀를 의심했지만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3호 '모든 언론과 출판은 통제를 받는다.'라는 포고령에 일종의 화. 분노 같은 것이 치솟아 올랐습니다.
정치의 색깔과 옳고 그름을 떠나 한쪽에서는 무력과 억압, 공포로 세상을 통제하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 자신과 타인의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위로 에세이>를 쓰고 있는 이 온도가 어찌나 이렇게 극명하게 다를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찰나에 사랑령!이라는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계엄령 말고 사랑령! 지금 사랑하지 않으면 다 잡아간다. 자기 자신이든 타인이든 동물이든 자연이든 홀로 있지 말고 사랑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어느 것이든 사랑에 빠져라! 지금부터 사랑령을 선포한다.라는 문장이 스치고 지나간 것입니다.
그 시점부터 저는 <당신이 잘 됐으면 좋겠다> 위로에세이 책의 출간을 미루고 사랑에 대한 자료들과 글을 모아다가 사랑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직장인인 저로서는 집에 오면 9시가 넘었는데 11시부터 책상에 앉아 매일 새벽 2시까지 원고를 썼고 6개월간의 편집을 거쳐 사랑령(부제: 지금 사랑을 시작하라) 라는 책을 만들었습니다.
사랑과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글을 쓰면서 진짜 세상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는 힘은, 연대와 관용. 그리고 이해와 사랑이지 폭력과 억압이 아니라는 걸 내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상 속에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은 토론과 대화, 이해, 위로와 공감, 연대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기자신과 타인에 대한 존중. 배려.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실천 에세이로 이 책을 쓰면서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사랑을 실천하면서 살다 보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조금은 더 따듯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인을 그리고 제 자신을 늘 바꾸게 되는 건 곁에 있는 따듯한 온정과 애정. 믿음.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라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습니다.
제목에서의 <사랑령>은 명령보다는 사랑을 실천하며 살자는 다짐. 약속. 따듯한 제안과 같은 것입니다.
늘 사랑령을 선포하고 살다 보면 우리의 인생이 1도씩은 변화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과 함께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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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위로에세이를 쓰다가 사랑이야기를 써버리고 말았지만 그 순간도 내내 위로였습니다. 야근에 시달려 졸음과 싸우고 어떻게든 빨리 이 책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힘들고 엉덩이가 무거웠던 고통의 시간들이었지만 이제 이 글을 끝으로 저는 사랑령 원고에 마침표를 찍게 되어 홀가분한 마음입니다.
모두의 마음속에 사랑령이 내려지기를 바라며.
항상 많이 사랑받고 서로가 다정하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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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령, 책 출간은 0802월 서점에 배포되며 온라인에서 현재 예약 구매/ 카카오 선물하기도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