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부근의 어느 멋진날들
나는 한 자루의 몸으로 삶을 쓴다.
깎고 다듬으며 때로는 날카롭고 뾰족하게
어느날은 둥그렇게 무던해진 자세로
나를 쓴다.
내가 움직이는 대로
텅텅 빈 시간의 여백마다
삶은 채워진다.
생에 있어서 다시 쓸 수 없는 나를
한 자루의 연필이라 생각하자.
나는 오늘도 쓰고 닳는다.
나는 한자루의 연필이다.
내가 나를 잡아주지 않으면
타인에 의해
굴러만 갈 것이다.
나는 한자루의 간절한 삶.
나를 나답게 쓰기 위해 얼마만큼의 심을 켰나.
나는 몸으로 사는 한 자루의 연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