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대한 기록
내가 바라본 아버지는 늘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친적들과 모임이 있을 때, 아버지의 계모임에 따라 나갔을 때 아버지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으면 항상 같은 생각을 하곤했다.
'우리 아버지는 외로운 사람이구나.'
아버지는 경청이라는 단어는 배워보지 못한듯 듣기보다는 자기의 말만 줄곧 하셨다.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에도 타이밍을 보고 말을 잇는 것이 아닌, 할 말이 떠오르면 자기의 말에 . 온점이 찍힐 때까지 말을 계속해서 잇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있는 일은 괴로움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 주장만 앞서는 아버지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는 듯, 아버지의 행동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타자의 시선에서 아버지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으면 내가 더 외로워졌다.
고집이라 할 수도 있었지만, 고집으로 표현하기엔 어딘가 맞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아버지가 자기 말만 하는 게 상대를 외롭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아? 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지만 나는 말할 수 없었다.
지금의 모습을 내가 만들지는 않았나,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평소 서로 입을 잘 열지 않았던 아버지와 나는 너무도 닮아 있었다.
집에 같이 있을 때도 엄마 달리 아버지에게는 통 말을 꺼내지 않았으므로, 그리고 아버지도 내게 말을 잇지 않았으므로 부자지간에 대화라는 단어는 어색하기만한 것이었다.
서로의 말을 한 번씩 주고 받고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들어주는 연습을 집에서부터 함께 했더라면 아버지는 지금과 달리 조금은 다른 모습이 되었을까.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자기말만 하는 사람을 그토록 싫어하는 내가, 아버지에겐 감히 충고하나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매일 글을 쓰고 책까지 냈으면서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을 어찌 이렇게 방치해두고 살았나 싶어서.
자기 말을 오랫동안 잇는 사람들은 그동안 혼자일 때 하지 못한 말이 많아서다. 내 말을 들어줄 곳이 없어서 들어줄 귀들이 많을 때 이때다 싶어 모든 말을 쏟아내놓는 것이다.
그런 사람. 겉은 멀쩡하지만 속이 추워서 말로 가슴을 뎁히려는 사람. 이 세상 곁에 가장 외로운 사람, 그런 사람이 아버지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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