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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Sep 03. 2016

모든 순간을 지나가야 한다.

나는 이별을 마치기로 했다

모든 순간이 지나간 뒤에 뒤돌아 보면

아름답게 미화되어 보이는 것들이 있다.

가끔은 미친사람처럼 화를 냈던 때에도

그건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했던 것이라며

정당방위가 되고 내 잘못따위는 용서가 된다.


어제는 일기 예보가 있었다.

아직 다 지나가지 않은 태풍이 남아있다고.

그러니 태풍에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처럼 아직 오지 않은 것.

경험하지 않아서 그 누구도 모르는 시간들은

공포의 시간이 되고 괜한 걱정거리가 되기도 한다.


고백을 하는 일도

미래에 무엇이 될까 삶을 그리는 일도

부모의 노년을 걱정하는 일도

지나가지 않은 모든 것들은 두렵고 불편한 마음을 겪는다.


지나간 뒤에 알게 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지나가기 전에는 왜 그토록 무섭고 어렵기만 한 걸까.


시간에 시작. 중간. 끝이 있다면

우린 늘 중간에 머물러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어중간한 삶을 다 살고나면

지나간 뒤의 모든 것들은 한결 가볍고 하찮아 보일 것이 분명하다.

확실한 건 적극적으로 살아내지 않고는 그 어느것도 쉽게 지나가지 않는다는 것.

화를 냈던 순간이 아름답게 미화되기까지 얼굴을 붉힌 흔적이 남아 있어야 했듯. 아름다운 인생을 말하려면 적어도 중간을 지나 끝까지 버티고 살아내야 한다.


무지개가 뜨는 걸 보려면 비가 지나간 뒤를 기다려야 하듯이.

지금 이 모든 이별의 시간을 지나치지 않고 그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다,


살아야 한다. 살아내서 지나간 뒤 무엇이 남았는지 보아야 한다. 

나에게 소속되었던 사랑이, 내 삶이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지 궁금하다면 그것은 이 모든 순간이 지나간 뒤어야 한다.


글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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