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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Sep 04. 2016

엄마라고 부르고 사랑한다 말했다.

잃어버린 32년의 기억을 찾아서

32년만에 찾은 보문산과 내시절의 기억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 있었다.

한가족의 탄생을 알리는 사진. 내 기억에서 사라진 어린 시절을 복원시키는 사진.


걸어갔는지 업혀갔는지 언제 어떤 날씨였는지 기억도 없지만 내가 이랬었구나,하는 사진.


나는 다리밑에서 데려온 아이가 아니고 나를 길러준 부모가  당신들이 맞다는 걸 증명시켜주는 사진.


어린시절의 내 모습이 신기하고 예쁘기도 해서 자꾸 들여다보는 사진.


사진을 꺼내 챙기고는 엄마에게 갈 데가 있다고 했다.

사진속의 그 곳에 다시 한 번 가보자고.

여기 있어?아직 있어?라고 묻는 말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데... 사라지고 없을 거라 했다.


엄마를 옆에 두고 걷는다.

사진속의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나 이때 몆살 때였어?"

"한 살 때였지.돌 갓지나서 왔으니까."


이제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나.

아기처럼 뒤뚱이며 걷는  엄마.

시절이 서로 바뀌어버린 듯 하다.


엄마는 자신의 시절을 나에게 쏟았었고 나는 사랑으로 보호받으며 지금까지 건강하게 자랐다.

결혼을 빨리 한 탓에 그녀의 이십대, 청춘은 없었다.

오직 나를 키우는 일에 몰두 했다.

그리고 장애를 안고 태어난 동생에게 모든 힘을 쏟아 살았다.


그녀의 이십대는 나에게, 동생에게  있었다.

한편 이십대를 자기 하고 싶은 것으로 자유롭게 살아버린 나를 생각하면 엄마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나에게 생명과 사랑을 준 사람과

나의 어린시절을 향해 가는 길은 행복하고 설렜다.


언덕을 올라 구석 끝에 길이 있었다.

사람은 많았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 되어 있었다.

탑이 보.였.다.

엄마 또한 상기된 표정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엄마 있어!!!

나는 듬성듬성 계단을 뛰어 올랐다.


사진속의 동상이 그대로 있었다.

색은 바랐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엄마도 신기한지 큰 웃음을 터트렸다.

32년만이라고 했다

가슴이 먹먹했다.


어린시절 내 기억속에 사라지고 없는, 사진으로만 남아 있는 곳을 다시 찾아온 곳에서 나는 다시 사진을 바라본다.


걷지도 못해 풀처럼 주저앉은 나를 바라보던 엄마의 모습.

엄마는 그때 나에게 뭐라고 했을까.

나지막히 내 이름을 불렀을까.

사진을 맞춰보았다. 변한 건 없었다.

변한게 있다면 32년이 흐르는 돔안

나는 크게 자랐고 엄마는 반대로 작아졌을 뿐.


나는 기억을 되찾은 느낌이었다.

엄마마저도 잊고 있었던 기억과 장소.

나에겐 영영 잃어버렸던 시절.


저기봐 저기,하며 사진을 찍자고 세워놓으면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주저앉는 모습이 카메라에 찰칵,하고 담겼을 것이다.


부모에게서 사랑을 받고 자란 기억을 사진속에서 찾는다.

나는 그때를 흉내내 똑같이 주저 않아 사진을 찍는다.

엄마는 또 웃는다.


죻다야.이렇게 와보니.

사진은 32년이 지난 뒤였고 우린 33년을 살았다고 했다.


엄마는 과거의 사진을 자꾸 들여다보며 이때 참 좋았어. 행복했어라고 이야기 한다.

나는 함께 복원한 새로운 사진을 넘겨주며 이야기 한다.


그때도 참 좋았겠지만 지금 이 순간들이 더 행복해.

고마워. 나를 태어나게 해줘서.

앞으로도 더 멋지게 살게.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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