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모든 이별에 관하여
연애를 꿈꾸며 대단한 걸 바라는 건 아니다.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 나타나 내 인생을 구원해주길 바라지도 않고
180도의 내 인생이 한 번에 뒤바뀌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다만 햇살이 저물어 가는 오후 네 시의 일상.
재즈 음악이 흐르는 가게에 앉아
담백한 음식을 마주하고 앉은 연인의 모습을 재현하고 싶을 뿐이다.
음식을 서로의 접시에 나눠주며
영원이 아닌 순간일지라도
우리 참 행복하다. 라고 말해보는 것.
그런 일상을 살아내보는 것 뿐이다.
드라마의 주연급은 아니어도
뒷배경에서 사랑하는 조연이 되고
서로가 보낸 시간들을 무수한 장면들로 만들어
훗날에도 낄낄대고 웃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내 몸에 즐거운 기억을 남겨서
곳곳마다 웃고 간 흔적이 남아있는
한 권의 앨범 같은 사람들이 되는 것.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한 쪽의 사랑이 아닌
양 쪽의 사랑이 균등해서
오랫동안 내려오지 않는 시소를 타보는 것.
이런 연애를 꿈꾸는 것조차도 사치라면 사치일까.
이런 것 조차도 지나친 욕심인 걸까.
글 사진 이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