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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Feb 20. 2017

곁에 사람이 없었다.

내생의 모든 이별에 관하여

품팔이


한 때 그리 생각했다.

내 주변엔 사람이 없다.

내 곁엔 사람이 적다.


약속을 먼저 잡지 않으면 약속이 잡히지 않았고

전화를 먼저 하지 않으면 걸려오는 전화가 없었다.

거리를 걷다보면 사람들은 함께인데 유독 나만 혼자인 것만 같았다. 혼자 걷고 있었다.

곁에 사람이 없었다.


어느날 혼자 꽃 위에서 날개짓을 하다가

홀연히 사라지는 나비를 봤다.

곁에 아무도 없었지만 날개짓이 슬퍼보이진 않았다. 나비는 잠시 눈 앞을 서성이다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곁에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만남의 시점이 다른 것이었을 뿐.

사람의 수가 문제가 아니었다.


덜 초라했다.

곁에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충분히 외로워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뿐이었다.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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