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부근의 어느 멋진 날들
주말이었다.
토요일 이른 아침 모임에 나갔다가 우연히 이런 말을 듣게 되었다.
아직 쉴 수 있는 날이 이틀이나 남았어!
설렘으로 가득찬 여자는 에너지가 넘쳐보였다.
평일을 보내고 찾아온 휴일의 행복을 표현하고 있었다.
아직 쉴 수 있는 휴일이 이틀이나 남았다는 말은 위로에 가까웠다. 내뜻대로 약속을 정하거나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안정을 취할 수 있다는 것.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것.
그런데 문득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런 말로 들렸다.
아직 살 수 있는 날이 훨씬 더 남았어!
쉴 수 있는 날이 이틀이나 남아서 좋아하던 여자처럼 나에겐 문득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이 남았다는 말로 달리 해석 됐다.
이틀의 휴일보다 이년. 이십년의 날들이 더 남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도 했다.
죽음 앞에 의사들은 진단을 내리며 이야기 한다.
"더이상 가망이 없습니다."
결국 가망이 없다는 것은 더이상 살아갈 수 있는 날들이 없다는 것이고 우리가 그토록 설레던 주말조차 없다는 것이다.
여자가 말한 아직 이틀이나 남았어! 라는 말에 가슴 뛴 이유는 아직 우리가 살아갈 날들이 남았다는 것. 우리에게 의지가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가망이 있다는 말 때문이었다.
주말을 기다리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 속에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에 기대를 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혼. 휴식. 파티. 여행. 약속. 만남
아직 다가오지 않은 날을 기다리며 그 날에 펼쳐질
기분 좋은 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답답한 날이면 먼 곳을 응시하며 다시 생각해본다.
아직 살아갈 날들이 남았어!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세상.
엄마의 뱃속에서 죽었다면 그러했겠지.
바깥세상은 모두 거짓말일 거라고.
언젠가 죽음으로 돌아가고 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일. 아직 나는 살아갈 날들이 많이 남았다는 것.
나는 진짜인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모두가 좋아하고 그토록 기대하는 주말을 만날 날이 더 많다는 것.
그리하여 숨쉬는 오늘에
다시 한 번 감사해보자는 것.
글 사진 이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