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이별한 오늘

꽃대신 안부 보낸다

by 이용현




며칠전 집으로 데려온 후리지아 꽃이 이내 푹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단단한 몽우리로 탄탄하게 맺어있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빨리 시들 거라는 것을 상상하진 못했다.

물을 주고 병까지 갈아주는 정성을 보인 결과 2일 내에 만발하였으므로 절정의 시기를 오랫동안 함께 보낼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잠시, 하루 이틀이 지나게 무섭게 내 정성의 부족탓이었는지 쉽게 지고 말았다.

좌절이라도 한 것처럼 축쳐진 얼굴에 생기를 불어 넣겠다고 오늘은 밖에서 햇볕을 쬐여주고 물을 흥건하게 뿌려주었는데도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았다.

아름다움은 잠시, 짧고도 찰나였다.
마음을 오래 주기도 앞서 저 혼자 빛을 내고 사라지다니.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 이유도 저마다 소중한 생명을 책임질 수 없어서, 그들에게 책임을 다할 수 없어서이고 언젠가 이별을 해야만 될 때 그 슬픔을 감당할 수 없어서인데, 한 편 꽃은 너무 쉽게 생각해버렸던 것은 아닌지 자칫 짧은 목숨을 안이하게 여긴 건 아닌지 하고 나의 행동을 의심하게 되었다.


잠시 나에게 스며든 설렘으로 만발 할 때까지 기다림과 착한 마음을 안겨 주었던 꽃.

저기 어딘가 벌써 약속도 없이 만발해 곧 안녕을 준비하고 있을 꽃들을 생각하니 가슴을 쿡쿡 찌르는 것만 같다.


인사조차 먼저 하지 않는 이별이 있다면 그것은 꽃.
반드시 떠날 수 밖에 없는 안녕이 있다면 그것도 꽃.


나는 꽃의 헤어짐을 예고하고 기다릴 수 없다.

더더욱 헤어질 시점을 말해주지 않아서 받아들여야 하는 이별은 깊게 아프다.남겨준 향기만큼 아프다.

그럼에도 꽃은 울지 않고 떠난다.
자신과 함께 했던 짧은 순간을 기억하며 행복했으면 되었노라고, 절정의 시기와 대비되는 추한 얼굴만을 남긴 채 생을 마감한다.
극적으로 와서 극적으로 살다 간다.

고작 꽃병에 담긴 한다발의 꽃이라 할지라도 이별이라는 이름은 내게 여전히 아프기만 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꽃과의 만남을 통해 나는 행복했노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이별이 덜 아프도록
우리가 처음 만나던 첫만남의 시절을 잊지 않는다.


부디

언제나 당신도 피고 질 하나의 꽃이니.

당신도 꽃같은 이름이니

날마다 아름다웠으면 한다.

어디서든 나를 사랑해주어 고맙다.

덕분에 따뜻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오늘 이별한 꽃을 통해 소중한 당신들에게도 안부 전한다.


꽃대신 안부를 보낸다.


글 사진 이용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