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기억하는 방법

잊어서는 안 될 우리들의 노란 기억

by 이용현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중심을 잃고 반쯤 기울어진 세월호는 이미 가라앉고 있었다. 그 때 세월호 안에서 한 사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장면이 내 눈에 잡혔다.
'어.어. 저기 사람이 보이는데 ...'

해경은 근처에서 배회했으나 창문을 두드리는 사람을 보지 못했는지, 못본 척을 한 것인지 속옷 차림을 한 선장과 몇몇 사람만을 구조하고 있었다.

창문을 두드리며 간곡하게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의 소리가 마치 나에게 들리는 것만 같았다.

이 장면은 내가 기억하는 세월호 사건의 전부다.

어느덧 3년 전의 일이 되었으나 3개월 전에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다. 그것은 노란리본을 달고 다니며 그 일을, 그 상황을 의식적으로나마 기억하고 있어서다.

3년 전, 세월호의 비극 말고도 나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들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증발하고 없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며 굳이 기억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기억에도 수명이 있다고 믿는다.

모든 걸 기억해낼 수 없으며 인간에겐 그런 하드웨어적인 장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명히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언제나 의식하고 있고 쉽게 지우지 않으려는 노력때문일 것이다.

언제나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기억은 쉽게 소멸되지 않는다.


그간 영원히 가라앉을 것 같아서 겁이 났다.
아니 무서웠다.
세월호를 비롯한 많은 부정과 부패.
내 일이 아니라서 더 쉽게 잊혀지지는 않을까.
이대로 진실은 묻혀버리지는 않을까.
늘 겁에 시달렸다.

다행히 3년만에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금.

희미해질 수도 있는 기억은 노란리본으로 언제나 선명해진다.


기억은 기억해내지 않으면 자라지 않는다.

의식적인 노력만이 잠들어버릴, 기억을 흔들어 깨운다. 우리들의 뼈저린 기억이 죽지 않고 살아낼 때 그 아픔으로 더 큰 아픔이 재발되지 않아야 함께 살아가는 타인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


기억해야 한다. 세월호는 사고이기도 했지만

어른, 국가, 그리고 방관자의 무능이기도 했다는 것을.


모두의 보편된 기억 속에서 지워서는 안될 이름이 있다면그것은 세월호라는 이름일 것이다.

내 일이 아니라서 잊어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나의 일일 수도 있었기에, 나와 가까운 누군가의 일이었기에. 저마다 소중한 이름이었기에.


기억을 기억한다.

노란 리본과 함께 여전히 아픈 세월을.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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