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보낸 당신의 주말에 감사하며
어둡고 차가운 바닥 위.
하나 둘 사람들이 모이고 촛불들이 켜졌다.
테블릿 PC로 켜진 작은 의혹의 불씨와
검붉은 노을이 지는 무렵이 되도록
배 안에 갇혀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의 외침과 만나
진실을 말하고자 광화문에서.
전국의 모든 길 바닥 위에서
우리들은 촛불을 든 적이 있다.
3년, 더딘 시간이 지나면 묻혀질 거라 여겼던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진실이 밝혀질 거라던,
그러나 7시간의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는
대통령이 구속되었다.
권력의 무능 속에
내 생명의 안전조차 보장받을 수 없고
온갖 부패의 얼룩진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슬픔과 좌절 분노 아픔 눈물.
이 모든 것들을 촛불 하나에 담아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꿈꾸며
쉼이 허락하는 주말마저 반납한 채
우리들은 차가운 거리로 나가지 않았던가.
'보람이 없다.'
내 손으로 어떤 노력을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을 때.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마치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고스란히 물거품이 될 때 우리는 보람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2017년 지금.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대통령의 측근들과 전직 대통령이 구속이 된 오늘.
우리가 차디찬 거리 위에서 그토록 바라던 외침이
법이라는 테두리에 가 닿았으니
처음으로 느낀 보람은 아닐는지.
우리 다 함께 더 나은 보람을 위해 연대하자고
공정하고 바른 세상 속으로 떠나보자고 첫항해의 포문을 연 것은 아닐는지.
세월호의 숨죽인 시간만큼이나 파묻혀 있던 검은 때들이 하나 둘, 우리들의 촛불로 밝혀지는 것만 같은 오늘.
당신에겐 보람이 있다.
아주 미비할지라도 보람이 있다. 보람이 있다.
그동안 촛불을 든 모든 이들에게.
글 사진 이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