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본다는 건 약을 먹는다는 것이다.

서른부근의 어느 멋진 날들

by 이용현

책을 보는 사람들은 아프다.

아프지 않고서는 제목에 끌릴 일이 없으며

첫 장의 페이지를 넘길 일 없다.


호감이 가서 책에 손을 댄다 할지라도
자기의 스타일이 아니면
그 책에 오래 머물 일이 없다.

속으로 혼자 끙끙 앓는 일만 많아서
책 속에도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진 않을까,
행여 다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이 처방전을 써주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품고
우리는 책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당장 아프지 않다 하더라도
잘 알아 두었다가 마음 아플 때마다
두고 두고 꺼내 쓰려고
한 줄, 또 한 줄 눈과 손으로
문장들을 쓸어 담아넣는 것이다.


책 보는 사람들은 지금 약을 먹는 중이다.

언젠가 무너질 때를 대비해 면역을 기를 수 있는

예방접종과 같은 약.

문장으로, 깨달음으로, 다른 경험으로 자신에게 갇힌 세계를 무너트릴 수 있는 약.


부디, 좋은 효능으로 미래에 덜 아플 수도 있도록.

약의 효능이 오래갔으면 좋겠다.

당신도 나도 건강했으면 좋겠다.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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