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지원자가 끼친 영향력

서른부근의 어느 멋진날

by 이용현

처음으로 여자 지원자를 합격시켰다.

1000명에 가까운 남자 지원자의 면접을 보는 동안 그 중 처음으로 여자 지원자를 만난 것이었다.


투박하고 낯선 말로, 염려스러운 듯 당신이 하게 될 일이 보통 일이 아니라며 나는 지원자에게 엄포를 놓았다.

합격을 주면서도 맡게 될 일에 대한 안일함과 긴장을 놓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나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당신을 뽑은 나라는 사람에 대한 원망도 이어질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나는 다정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


나는 가장 냉정하고도 염려하는 면접관이 되어 거친 말들을 쏟아내 그녀를 압박했다. 이 일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가 아닌, 왜 하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을 재차 물으면서 그녀가 어떻게든 의미부여를 하길 원했다.


면접은 내 패턴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꼭 해보고 싶은 일이라는 당신의 당돌하고도 용기 있는 말에 그만 휘말려 당신을 걱정하는 독설가이자, 조언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지원자가 면접을 망쳤다기 보다는 오히려 면접관인 내가 면접을 망친 셈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이 없냐는 질문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여러 질문 대신 면접관님의 이름을 여쭤봐도 되겠느냐며 내 앞으로 몸을 숙였다.

나는 사원증을 들어 또렷히 박힌 이름을 보여주었다.


여기까지가 여자 지원자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퇴근 전 채용팀에 최종 합격을 물었는데 그녀는 직무테스트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연락 두절로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잘할 수 있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이면서도 직무테스트에 나가지 않은 것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면접을 보는 동안 면접관의 말이 따스하지 않았고, 모질었으며 냉정하고 지원동기마저 의심을 하던 것에 속이 상했던 것이었을까. 이런 면접관이 있는 회사에서는 도저히 일을 해도 비전이 없겠다 판단해 버린 것이었을까.


면접을 본다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열정을 사그리 짓밟고 무너트릴 수도 있으며 때로는 고난한 삶에 열정의 불을 붙일 수도 있다. 지원자는 면접관에게 이렇게 영향을 끼쳐 지난 면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


일 하는 동안 회사에서 자신을 뽑아준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입사 초반 그들이 일에 대해 갖는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면접관의 말에 따라. 면접관의 태도에 따라.


그리고 기억에 남을 만한 지원자의 모습은 면접관에게 어필되어 다음 지원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끝내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존재다.

어떤 형태로든 어떤 방법으로든.


모든 만남에 사소하고 작은 것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를 끝내 면접에서 찾았다.


아, 다음 면접은 어떻게 봐야 하나.

고민이 깊어졌다.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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