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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Aug 04. 2017

당신과 내가 약속한 수신호

엄마를 여자로 바라본 날들의 기록서

귀로 알아차렸다. 귀가 먹었으면 듣지 못할 일이었다.

지금 내가 잘못가고 있다는 신호가 울렸다.

딸랑이는 방울 소리는 물속에서 아주 또렷하게 들렸다.


강사는 두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과 나의 눈을 짚어가며 수신호를 보냈다.

물속에 들어가기 전 서로가 한 약속이었다.


질소를 마시며 물길을 걷고 있는 느낌이랄까.

제자리를 찾고 유영하는 도중 시퍼런 낭떨어지같은 검푸른 수심을 보고 있으면 공포가 밀려왔다.


호흡기를 떼면 죽는다. 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숨이 가빠지기 시작해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질소의 양을 허겁지겁 마셔버렸다.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뱃속에 들어있는 느낌은 어떤 것이었을까. 내가 엄마의 뱃속을 자꾸만 걷어차며 발길질을 해댔을 때 엄마는 손바닥으로 어떤 수신호를 보냈을까. 괜찮다. 괜찮다. 아가야 였을까. 내가 너를 지켜주니 울지마라. 울지마라,였을까.


그 시절에 어머니와 내가 약속한 수신호는 무엇이었을까.


당신의 탯줄에 의지해 밥을 먹고 숨 쉬며 짤막한 손가락 하나 입에 물고 세상 기다리던 그날.
나를 지켜내려는 당신이 아니었다면 금방 죽을 수도 있었던 그 뱃속의 히스토리들이 나는 궁금하다.


나를 지켜줘서 고맙다. 세상밖으로 튕겨나와 나는 그렇게 한국사람이 되었고 생일을 얻었다. 그런 축복속에도 쩌렁쩌렁 울던 건 기막힌 나의 탄생에 눈물겨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긴 어둠속에서 살아남았다는 안도와 함께 숨을 몰아쉬며 감사에 또 감사에 그만 울컥 울컥, 북받쳐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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