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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Aug 06. 2017

엄마의 핸드백 속에 빠진 날

엄마를 여자로 바라본 날들의 기록서

나는 꿈에서 어머니의 핸드백에 빠진다.

립스틱이며 증명사진이며 복권이며

동전이며 아이라이너이며 파우더와 향수, 아스피린, 지폐들이 뒤섞여 있다.

꽃집 명함과 떡집 명함이 붙어 있고 카드 영수증과 껌종이 사이에서 나는 숨이 막힐 지경이다.


나는 어쩌다 핸드백에 빠지게 되었을까.


중학생이 될 때까지 돈 천 원을 가져가겠다고 나는 자주 엄마의 핸드백을 뒤지곤 했는데 널부러진 잡동사니  속에서 그녀가 살고 있는 생활의 흔적을 찾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핸드백을 뒤질 일이 없어진 요즘 나는 그녀의 사생활이 궁금했던 것일까.


나는 잡동사니를 헤집고 나와 점프를 하며

손을 뻗어 소리 지른다.


엄마, 엄마. 백에 이렇게 많은 걸 넣어놓고 다니면 대체 어떻게 찾아!


어머니는 태연한 듯 걱정마라. 하시며 백을 연다.
검은 공간 안에 환한 빛이 들어온다.

 "걱정하지 말래두. 넌 잃어버리지 않는다."


꿈에서 깬 일요일 오전 9시 36분.
내가 있던 곳은 어머니의 핸드백이 아닌 서울의 한복판 건물 육층, 옥탑 침대 위였다.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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