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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Aug 13. 2017

사랑은 자주 뒤를 향해 돌아보는 일

어머니를 여자로 바라본 한 남자의 기록서

우연한 목격이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부모님과 마중 인사를 마치고 도로로 진입할 무렵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급하게 횡단보도 건너는 모습이 창가로 들어왔다.


아버지가 먼저 뛰었고 어머니가 뒤를 이어 뛰었다.

자칫 하면 사고가 날 수 있겠구나, 싶어 염려스러웠다.

아버지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뛰어서 어머니에게 사고가 난다 해도 모를 일이었다.


갑자기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에 대하여 생각한다.


아버지는 왜 어머니의 손을 잡고 뛰지 않는가. 그가 그녀에게 처음으로 반해 뛰었던 심장은 지금의 심장이 아닌 것인가.


젊은 시절 그들이 손잡고 뛰었을, 지나친 배려와 배웅으로 서로를 성가시게 했을 수도 있었을, 그럼에도 사랑이라고 나를 탄생시켜 서로의 설렘에 정점을 찍던 시절은 모두 훼손되어 버린 것인가.


고작 몇 분전까지 어머니의 야원 어깨를 만지며 꼭 안아주던 나와 달리 다소 냉소적인 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서운하다.


내가 생각하는 아버지의 이상향은 어머니에게 오랫동안 물을 주듯 관심과 돌보기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 그녀가 아파 병원에 실려갔을 때 흘린 눈물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 이미 지나갔다 해도 그날에 느낀 사랑을 쉽게 망각하지 않는 것.


아버지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뛰었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어머니를 향해 뒤를 돌아보거나 둘이 멈춰야 했다.


둘이서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를 향해 역경을 극복하는 일이 사랑이라 해도 그 중요도 만큼이나 서로의 뒤를 자주 돌아보는 일이어야 한다.

지나치게 혼자 앞서간 나머지 남겨진 사람과의 거리가 멀지 않아야 한다.


오늘, 나는 달리는 버스 창가에서 다시 사랑을 생각한다.

을 향해 리면서도 뒤에 남겨진 사람들을 더 자주 돌아봐야겠다고.


나는 버스에 몸을 싣고 아버지처럼 빠르게 달려 서울로 간다.

아주 오래 전 무릎이 아프다는 그녀말이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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