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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Dec 21. 2017

12월의 끝 우리가 해야할 일

고인이 된 가수 종현을 추모하며

내 가슴에 숨어 바람처럼 흩날리는 감정을 어찌알까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구겨지고 있었다. 뒤에서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힘 속에 나는 버틸이 없어 밀고 밀치는 대로 휘청이다 중심을 잡았으나 귀에 꽂은 이어폰이 그만 떨어질 정도로 출근길 아침은 말그대로 전쟁이었다. 숨과 화를 참으며 25층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얼마전 세상을 떠나 고인이 된 가수 종현의 노래 중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었던 노래 제목 또한 엘리베이터였다.


아이돌 가수 샤이니로 데뷔하고 싱어송라이터 뮤지선으로 활동하며 곡도 쓰고 작사도 했던 그의 노래를 듣고 있을 때면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이런 가사를 썼을까, 하고 궁금해 했다. 스물여덟의 생. 그는 어떤 삶을 살아왔던 것일까.


'닫히는 엘리베이터에 비친 내 모습은
초라하게 남아 그대로 이렇게 나마

눈 깜박거리며 숨 내뱉고 사는 이유.

날 위해선 맞나 아니면 쫒기고 있나.
안녕 안녕 인사해.

초췌히 비친 내게 인사해.

솔직히 말해봐요. 많이 외로워하잖아요.

언제부터 울고 있었나요?

그대 어떤 표정 짓고 있는지 아는가요?

더는 무리인 걸 알잖아요. 언제부터 혼자였나요?


-종현/ 엘리베이터 중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참히 구겨질 때, 그만 좀 밀고들어 오라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감정에 솔직하면 안될 것 같아 꾸역꾸역 인내심을 기르고, 화를 내면 어색해질 관계들이 싫어서 다시 또 감정을 추스리는 날들이 반복되는 날도 많았다.


더이상 그 이상으로 솔직해질 수 없는 회사. 솔직해지면 따가 되기도 하고, 일은 일일 뿐, 감정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며 감정 자체를 쉽게 꺼낼 수 없는 회사에서 숨이 턱턱 막힐 때면 어김없이 나는 그렇게 혼자 종현의 노래를 들었다.


회사와 사회. 신기하게도 거꾸로 읽으면 모두 똑같은 단어인 그 두 곳은 우리의 감정을 억제하며 빈틈을 주지 않은 곳이었다.

집에 돌아오면 가장 큰 위로가 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는 더 울기도 했지.

'손을 뻗어줘. 내 목을 감싸줘.

좀 더 아래 내 어깰 주물러줘.

지처버린 하루 끝 이미 해가 떴어도.

빈틈없이 널 감싸 안는 욕조 속 물처럼

따뜻하게 또 하나도 빈틈없게

서툰 실수가 가득했던 창피한 내 하루 끝엔

너의 그 작은 어깨가 너의 그 작은 두 손이

지친 내 하루 끝 포근한 이불이 되고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맘껏 울 수도 또 맘껏 웃을 수도 없는 지친 하루의 끝.'

종현/ 하루의 끝


월요일 아침부터 엘리베이터에서 구겨지고 감정을 숨기고 살아낸 지친 하루가 끝날 때면 침대에 누워 그가 부르는 하루의 끝을 듣기도 했다.


담담한 피아노 건반에 속삭이는 그의 여목소리도 좋았지만 그가 쓴 한 줄의 가사는 더더욱 좋았다.


우리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자주 듣고 싶었으나
듣지 못했던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고 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그댄 나의 자랑이죠.'


그가 한 문장으로 마무리하는 하루는 달콤하게 녹았다. 그는 그렇게 나와 많은 사람들을 위로했을 테지만 정작 그는 사람들로부터 위로받지 못했나보다.


혹 가까웠더라면, 이야기를 나눌 연이라도 있었더라면 나 또한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수고했다고 이야기 해줬을텐데.

생전에 어머니와 누나에게 울면서 행복하냐고 물었다던데, 행복이란 게 뭘까를 물으며 고뇌했던 그의 시간을 오랫동안 되새겨본다.


어느덧 12월의 끝. 이 날에 우리는 정말 모두 고생했다고 수고 했다고, 우리 모두 어깨를 어루 만져줘야 하지 않을까.

가까이 있는 사람이 먼저 떠나지 않도록, 자주 우리는 우리를 토닥여야 한다고.


아이돌을 지나 어른이 되고, 솔로가 되어 그는 노래 속에 진정 삶을 썼구나. 마음을 썼구나.


나는 다시 그가 쓴 가사 하나 하나를 읽는다. 노래를 듣는 게 아니라 책을 읽는 것처럼.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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