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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Nov 27. 2017

밤에 쓴 겨울 편지

덧없이 친애했던 형에게.

형. 형이 밤이면 틀곤 했던 넬의 노래.

그리고 남겨진 것들.

고슴도치가 옆에서 씩씩거리며 잠못들 때 추위를 견디며 그 노래에 자주 울컥했어.

7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그 노래를 들어.

난 여전히 그 시절에 아득히 멈춰있고, 무기력하던 날들의 공포를 떠올릴 때면 어김없이 무너지곤 해.

지금도 형은, 이 노래를 들을까.


겨울이 고요하고 다소 외로운 구석이 있는 것은

나를 자주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은 계절이기 때문인지도.


밖으로 향하는 에너지보다 내부에서 발산하는 에너지가 많은 계절.

북유럽은 이렇게 겨울이 길어지면 내부에서 은은한 조명과 촛불, 커피, 알코올 등으로 시간을 견딘다지.


추위를 피해 집에 오래 있기 화려하고 복잡한 인테리어는 금새 질리는 탓으로 심플한 인테리어가 유행했고.

그들의 행복도는 그런 심플과 단순함. 은은한 조명과 따뜻한 장작아래 사람과 나누는 시간 속에 기인하지만 반면 우울증도 늘어나는 아이러니도 존재해.


햇볕을 자주 보지 못하기 때문에 호르몬의 영향으로 자살률도 높아.

날씨와 계절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이 어마어마하지.


그런면에서 4개월 단위로 돌아오는, 사계절이 뚜렷한 이곳은 축복받은 땅일지도 몰라.


틀어놓은 노래는 후렴으로 치닿고 있어.

'사실은 그래 흩어지는데 붙잡아 뭐해.

마음만 더 아프게.'


한연인과의 이별을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지만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지나간 내 시간과의 이별을 떠올려. 나는 한동안 내 삶을 미워했지만 현재는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어. 그렇기에 아스라히 사라지는 추억과 기억. 말도 없이 멀어지는 사람과의 관계를 떠올리면 아픈 거지.


지나간 과거를 떠올려도 달라지는 일은 없지만, 후회하면서 달라진 삶을 살아내고 싶은 건 순수 내가 부릴 수 있는 욕심인 거야.


같은 공간, 같은 기억 속에 있었던 형도 이 노래를 들으면 나를 떠올리게 될까. 그랬으면 좋겠어. 비록 아닐지라도 서운해하진 않겠어.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갔고 다시 살아갈 날들만 눈 앞에 남아있어.
이별의 끝은 끝끝내 이별의 연속이 아닌, 새로운 사랑이라는 걸 믿고 싶어.


헤어진 연인에 상실감을 느껴도, 헤어진 시간에 가슴을 저미어도 지나갈 거야. 지난 일로 마음 아파하는, 얼어붙은 마음도,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날도 다 녹아 사라지는, 봄이 다시 올 거야.


거울 속에는 겨울같이 마른 내가 있지만 봄에는 다시 꽃처럼 푸른 내가 들어 있기 마련이라고.


그리고 남겨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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