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마지막 버킷리스트

서른 부근의 어느 멋진 날

by 이용현

[버킷 리스트 / bucket list ]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을 가리키는 말.

누구나 한 번쯤은 적어보거나 들어봤을 버킷 리스트는 죽음의 속어로 쓰인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으로부터 유래되었다.


중세 시대에 교수형을 집행하거나 혹은 자살을 할 때, 올가미를 목에 두른 뒤 뒤집어 놓은 양동이 (bucket)에 올라간 다음 양동이를 걷어참으로써 목을 맸는데, 이로부터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이라는 말이 쓰였다. 그 후, 죽기 전 죽기 전 해야 할 일, 보고 싶은 일들을 적는 행위로 bucket list가 되었다고 한다.


지방에 내려갔다가 자주 찾는 카페를 찾았다. 2층에 비치되어 있는 잡동사니들과 책들을 구경하다가 카페를 방문한 타인들이 써놓은 버킷 리스트를 보았다.

당신의 버킷 리스트를 적어달라는 주인장의 메모를 시작으로 노트 안에는 낯선 타인들이 옮겨놓은 버킷 리스트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가족 사진 찍기

#외국어 하나라도 마스터하기

#악기 배우기

#진짜 하고 싶은게 뭔지 찾기

#독립하기(가출하기)

#나홀로 스쿠터 여행

#부모님에게 효도하기

#내 인생 주도적으로 살기

#내 친구들에게 치킨 사주기

#나만의 카페 & BAR 만들기

#부모님의 노후와 임종을 지켜드리기

#아빠한테 자주 안부 전화하기

#프랑스어 배우기

#아프지 않고 죽기

#'나'만 생각하고 살아보기

#내 돈으로 가족 여행 보내주기

#새로운 나라로 떠나보기

#죽기전까지 예술로 살기


리스트 외에도 수없이 다양한 리스트들이 적혀 있었지만 그 중 오랫동안 눈길을 잡아 끈 것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찾기였다. 얼마전 친구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사람이 죽을 때까지 진짜로 하고 싶은 걸 찾지 못하고 죽을 수 있어..."

" 모두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으면서 사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알아낸 사람들은 축복 받은 거지."


"근데 꼭 하고 싶은 걸 찾아야 할까."


"찾으면 좋겠지만 찾지 못한다고 해서 나쁘거나 잘못된 인생은 아니지. 인생은 저마다 삶이 제한적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니 모두가 똑같아질 수는 없다고 생각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원하는 걸 이루고 싶은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지."


부모님의 임종을 끝까지 지켜드리고 싶다는 어떤 이의 고백은 마음 한 곳을 오랫동안 따뜻하게 했다.

자신이 죽기 전, 꼭 이루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자신에게 생명을 물려 준 부모를 끝까지 지켜주고 싶다는 일이라니. 부모님에게 자주 전화하자는 그 사소한 일도 죽기 전 하고 싶은 일들이라니.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버킷리스트를 적어봐야겠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좋으니 이뤄내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옮겨봐야겠다.

죽기 전에 꼭 이뤄보고 싶은 일들을 이뤄내지 못하더라도 '노력'하는 그 일은 어떤 것보다 가치 있는 일들이 될 테니.


대수롭지 않게 숨을 쉬고 있는 이 순간에도 삶의 소중함을 기억하기 위한 좋은 방법.

버킷리스트.


노트를 덮고 나니 타인을 가까이서 만나고 온 기분이다. 죽기전까지 예술로 살자는 이는 지금 예술가로 살고 있을까.

프랑스를 배워서 여행을 가겠다는 이는 지금 프랑스에 있을까.

살아 있는 동안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자신을 위해 꿈을 꾸며 사는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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