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의 방문도 없는 곳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손님으로 남는다

by 이용현

오랫만에 싸이월드에 접속했다.

긴 시간 동안 로그인을 하지 못한 터라, 다시 한 번 비밀 번호를 찾아야 했다.

나는 열쇠를 뒤지는 것처럼 머릿속에 있는 모든 비밀 번호를 꺼내보았지만 기억은 녹이 슨 모양이었다.


세월이 많이 변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외우고 있는 비밀번호의 패턴도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집을 비우고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처럼 내 계정으로 된 미니홈피는 어딘가 낯설었다.

마치 수북히 먼지가 쌓인 폐허를 보는 느낌이랄까.

지나간 과거 속으로 들어가 나를 다시 한 번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수많은 사람들과 맺은 일촌목록. 일촌명 하나에도 일일히 신경썼던 그 때와 달리 나는 지금 무엇이 바뀌어 있을까.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곳엔 BGM도 흐르지 않았다.


늙어가는 집처럼 내 생활도 오랫동안 변모되어 왔던 것이다.

게시판과 다이어리에 쓴 글을 하나 둘 읽어보았다.

하루에 대한 단상, 관계에 대한 어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ㅡ 등이 적힌 일상에는 모든 센치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누가 보라고 쓴 것은 아닌데 마치 보여지기 위한 것처럼 쓴 감.정.들.


이를 테면

불신으로 달아난 나의 믿음을 다시 내 안으로 끌어들여 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제 야위어진 믿음을 처음부터 튼튼하게 만들어 나의 꿈을 이뤄볼 차례.
다시는 지난날의 어리석음처럼 나 자신을 불신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적혀 있었다.


이런 감정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으로 달리는 댓글, 스크랩된 숫자를 바라볼 때면 내 마음을 공감하고 있는 듯하여 적적하게 위로가 되었다. BGM을 들으며 쓰는 글들이라 노래에도 많은 영향을 받곤 했지만.

여러모로 나는 사람들의 반응과 노래에 담긴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받고 지냈다.

아무리 기억을 하려해도 누구인지도 모를 이름들로 도배된 댓글에는 나도 대답을 하며 서로 소통하고 있었다. 눈 앞에는 글로 살아 있는데 기억속에는 죽어 있는 사람과 말들.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던 것일까.


서로를 잘 모르는 타인에게 위로를 받고ㅡ 때로는 가까워져 위로를 하기도 하면서.

그런 최소한의 가상 공간의 교류가 있었다.

분명한 건 우린 무엇으로든 연대했다는 것이다.


랜덤으로 무작정 방문해 이상형의 스타일을 발견하거나, 비슷한 취향의 BGM, 심플하고 깔끔한 스킨, 가슴을 무너트려 놓는 대못 같은 글 등으로 한 시대를 통과해 오고 있던 것이다.


이름과 관계에 촌수를 매기며 어떻게든 사람과 가까워지고자 했었던 시간.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어떤 사람에게도 인정받지 못할 때 가상공간에서 만큼은 위로받고 싶었던 마음까지.

한 줄씩, 한 줄씩 내가 뱉은 말과 문장을 곱씹어 본다. 기억은 잃었지만 소통하고 있던 사람들도 하나 둘 떠올려 본다.


나는 미니홈피를 떠나 지금 너무도 멀리 와있지만 죽은 듯 살아있었다.


여기저기 흩어진 추억들이 꽃잎처럼 날린다.

봄, 그래 봄이라 그런가 보다.


방문을 잊고 있었다가 잠시 다녀가는 손님처럼

나는 그렇게 나를 스쳐 지나갔다.

우리는 우리의 손님으로 남아 잠시 서로를 다녀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랫만에 쓴다. 아주 좋아했지만

방문이 없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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