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홈피 그곳에 다시

서른부근의 어느 멋진 날들

by 이용현

미니홈피

오래된 폐허처럼 멈춰있는 이곳엔

어쩜 이렇게도 고요할까,

오래전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던 미니홈피에는 아무도 없다,

오직 정적만이 남아 있는 폐허에는 가끔 오직 주인만이.

지난 시절이나 사람이 그리워 와서 자신을 돌아볼 뿐이다.


음성도. 음악도 흐르지 않고 이십대의 사진들과, 치기 어린 글들, 비밀이야 속에서 은밀하게 남아 있는 서로의 한탄과 고민들. 문자만 남아 있는 이 고요한 고요.


20대에 한시절을 바칠 만큼 빠져살았던 미니홈피라는 공간은 나의 사생활이었고 내가 갖지 못해 그토록 갖고 싶었던 독립의 방이었다.


스스로 센치해지고 우울해져, 날씨에 따라 기분을 다르게 바꾸고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며 보여지는 일기를 썼던 그 날들 속에서도 지겹도록 우울하고 그늘졌으나 반대로 행복했고 기뻤던 시절도 많았다.


누군가로부터 위로받았고 또 그 힘으로 누군가를 위로하며 살았던 한 때.


끝끝내 나는 누군가에게 노출되어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는 어느 인정도. 어느 사랑도. 어느 관심도 없는 이곳에서

나는 얼마나 자란 것일까.


사촌보다 가까운 일촌까지 맺으며 호감과 관심을 보여준,

때로는 오래된 친구보다 끈끈하고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주기도 했던 사람들의 순수함을 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먼지만 쌓여가는 폐허의 자리에서

하나의 시절을 살고갔던 그 소중한 시절을 닦아내 본다.


높이 쌓인 먼지의 흔적만큼이나 조밀하게 얽혀있던 삶들을, 숨들을, 날들을 쉽게 잊지 않는다.


그리고 깨닫는다. 한 번 지나간 것은 지나갈 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비슷하게 돌아온다 할지라도 그때의 그때가 아니다.


애석하게도 여전히 미니홈피에 대한 그리움이 강하지만. 미니홈피가 다시 부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너무도 좋은 시절을 함께 보내고 흩어져 서로가 너무나 잘 되었기에. 그리고 참으로 많이도 변해왔기에 다시 만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지 않는다. 나의 미니홈피.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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