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부근의 어느 멋진 말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 하는 요즘은 퇴근 후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는다. 해가 길어진 탓으로 귀가하는 길이 아까워졌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아까움을 느낀다는 말은 애착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삶과 사람에, 세월에, 덧없이 흘러가는 강물에, 저물어가는 석양까지 녹초가 되어 돌아가는 퇴근 길마저도 그냥 놓쳐버리고 싶지는 않아서 마음이 닿을 때까지 걷고 또 걷고 생각한다.
어제는 한강 앞에서 흘러가는 노래를 들으며 저무는 석양을 바라보았다. 비록 지는 해였으나 황홀하고 아름다웠다.
아직, 살.아.있.구.나.
삶은 흐르고 있었다.
얼마전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을 겪으며 모든 것이 끝난 것 같다고 자책하며 스스로를 힐난했다.
두눈으로 붉어진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너는 무슨 화가 그리 많아서 나에게만 모지냐고 하늘을 탓하고 매사에 조금더 잘하지 못했던 나를 미워하며 밤마다 괴로워했다.
최악중에 최악이 왔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침마다 최선을 다해 나와 싸웠고 안 좋게 벌어진 일을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으로 매듭을 짓으려고 모든 힘을 다 쏟았다.
시간이 경과하였으므로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가닥가닥 풀어진 마음과 사건을 한데 모아 하나씩 차곡차곡 엮어내다보니 어느정도 수습 가능한 결말이 오는 것이었다.
최악이 최악이 되지 않는 이유는 벌어진 상황 앞에 두 손 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체념한다 할지라도 그 체념안에는 무의식적으로 최악을 모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최악은 최악을 피해간다.
시간과 정성을 쏟아낸 만큼 밀도가 깊어졌다는 것은 사랑이 깊어졌다는 뜻이다.
그만큼 애착이 많았다는 것이다.
저무는 석양을 바라보는 일에 애착이 깊어진 탓도 내 하루가 어딘가는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대수롭지 않게 흘러간 하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살고자 했던 내 다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람만 스쳐간다고. 그저 강물은 흘러가기만 한다고. 해는 질뿐이라고 대수롭게 볼 것이 아니다.
저것들도 제 삶에 있어 자신이 가장 힘겹고 고단하나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온힘을 쏟아내고 있는 중일 것이다.
최악을 최악으로 두지 않기 위해.
자신을 아프도록 내버려두지 않기에
제 삶을 사랑하는 모든 것들은 최악을 피해간다.
글 사진 이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