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부근의 어느 눈부신 날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 해가 유난히 예뻤다. 마지막 눈을 감은 할머니의 표정도 어딘가 차분해보였다. 저 해는 할머니가 보지 못한 나만의 해이기도 해서 아팠다.
할머니는 아버지를 낳고, 아버지는 엄마를 만나 나를 낳고, 결국 그들이 나를 세상으로 초대했음을, 나는 할머니의 죽음을 통해 나의 탄생을 귀히 여겨보게 되었다.
눈을 감고 있는 할머니 앞에 사랑을 외쳐보아도 사랑은 더이상 세상을 떠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사랑은 이 세상에 숨쉬고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과 같은 것이었다.
빈손으로 태어나, 큰 유산하나 없이 빈손으로 떠난 할머니. 그러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며 내게 남겨준 건 사랑이다.
살아있을 때 더 많이 사랑하라는 얘기.
살아있을 때 더 자주 보자는 얘기.
사랑한다는 말은 살아있을 때 많이 만나자는 얘기.
오늘 내가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면
이 삶을 사랑한다는 얘기.
내앞에 숨쉬는 당신마저도 따뜻하게 사랑한다는 얘기.
흙으로 돌아간 할머니는 말이 없었지만 나는 느끼고 있었다. 뜻대로 되지 않지만, 늘 무너지곤 하지만
눈부신 삶을 나의 숨을, 이 생명을.
저물어가는 중에도 심장처럼 뜨거웠던 노을의 의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