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끝내 사랑없이 살 수 없다

가을 그 어느 끝자락에서

by 이용현

모처럼 되찾은 온화한 날씨를 걸으며 생각했다. 오늘 따라 빛이 좋구나.


돌고돌아온 계절, 지난 가을 속에서 가을 빛이 좋다고 생각한 적은 많지 않았다.

가을엔 흩어지는 낙엽만 바라보다 겨울을 맞고 오들오들 떨다보면 다시 봄을 맞고 그러다 다시 긴 여름안에서 가을은 늘 짧은 사랑처럼 스치고 지나가곤 했다.


바람에 날린 낙엽이 떨어지고 흩어져 바스러지는 것을 바라보며 애잔한 마음을 가질 때 모든 잎이 꼭 낙엽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떡갈나무의 일종은 가을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면 자연속에서 낙엽이 되지만 온실 속에서 기르면 낙엽이 되지 않는다고.


따뜻하고, 포근하며 바람이 불지 않는 환경에서는 그대로의 잎을 유지하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라 사람의 온정이 떠나지 않고 관심과 포근한 환경 속에서는 쉽게 낙하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가 자주 내리고 차갑고 메마른 환경에선 낙엽이 빨리 떨어지듯 사람도 스스로 버티는 힘이 약해진다.


사람에게 사랑은 삶을 버티는 힘을 주는 약이기에 앞서, 사람이 오래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과도 다르지 않다.


지금껏 가을 맞이하며 아직 내가 떨어지지 않는 것도 나를 비추는 그 빛 틈틈히 보이지 않는 사랑들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미안하고도 고마운 사랑에 가끔 찬란히 눈이 부시다.

이렇게 내 삶이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사랑을 품고 더 따뜻해졌으면,

나도 당신도 앞으로 다가올 혹독한 겨울을 멋있게 버티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추신.

마냥 후두득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꼭 슬퍼할 필요는 없다. 푸른잎이 붉은색으로 변하고 낙하하기 전 대부분 봄 여름철 쌓았던 양분을 줄기 등으로 이동하여 자신이 받은 사랑을 주고 떠난다고 한다.

끝끝내 쓸모없이 보여도 쓸모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ㅡ가을 끝, 여전히 당신의 사랑들이 고마웠다.

틈틈이 나는 빛날 것이다. 당신들이 준 안부와 애정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기도 할 것이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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