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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Feb 27. 2019

친애하는 나의 일몰에게

매월 1월1일이면 새해의 기운을 받겠다고 추위와 싸우며 뜨는 해를 보러갔던 나였지만 그때마다 몰려드는 인파를 감당할 수 없었다.


12월의 말일 제주도로 떠났을 때 사람들은 역시나 동쪽으로 달려들고 있었고 나는 방향을 바꿔 남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4시 너머의 부근에서 12월의 마지막 지는 해를 오랫동안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 일몰에 빠져든 순간이었다.


1년의 마지막 날, 마지막 해를 바라보는 것이 생각보다 애틋했고 쓰러지듯 넘어가는 노을 앞에선 따뜻한 말들이 가슴에서 오고 갔다.


너 참 고생많았다. 1년간 참 애썼다고 위로를 하면서 마지막 지는 해와 마지막 해를 그렇게 마무리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뒤로 8년간 마지막 해를 보겠다고 떠났던 여행은 늘 로맨틱했고 노을 앞에선 늘 감격이었고 감동이었다.


뜨는 해의 에너지보다, 묵묵히 지는 해의 수고스러움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불을 끄고 잠드는 해의 보람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일출보다는 일몰을, 앞에선 모습보다 뒤돌아가는 모습을,  사랑보다는 이별들에 애착하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비겁할 만큼 편애하는지도 모른다.


계속해서 뒤편의 모습들이, 뒷면의 모양들이, 마무리하는 날들의 과정들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친애하고 또 친애하는

나의 일몰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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