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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Nov 17. 2019

가수 정준일을 만나고 울었다

고슴도치처럼 바짝 몸을 움크리고 스탠딩테이블과 피아노 의자에 앉아 곧 쓰러질 것처럼 노래하는 가수. 그는 정준일이다.

오늘은 마지막 공연이었고 그가 마지막 노래를 마치고 날 무렵 울기시작 했는데 나도 그만 울고 말았다.

밥도 잘 먹지 못하고 그동안 준비했던 시간이 꽤나 힘겨웠는지, 참은 눈물을 끝내 터트리고 만 것이다.

나는 그의 눈물에 동정하여서도, 가사에 인입되어서도 운 것은 아니었다.

몇 년 전, 첫 책을 내고자 준비하고 혼자서 버틴 외로운 시간들이 끝맺음을 낼 때 그 홀가분함과 고통들을 알고 있어서 같이 울어버린 것이다.

그는 한 때 그에겐 평범하지 않은 불행한 날들이 계속돼서 오히려 일이 잘 되고 있으면 그날들이 그토록 불안할 수 없었다고 한다.
빛이 커질수록 그림자도 커지는 거니까.

며칠 내내 그의 감성과 목소리, 가사에 빠져 집에 박힌 채 한곡 한곡 반복해들으며 나는 위로받다가 우연히 티켓을 구매하고 그의 노래를 듣게 된 셈인데 팬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오늘 콘서트를 통해 직접 그의 숨소리를 듣고 그가 고민했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으므로 난 그를 더 좋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노래로, 글로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꺼낼 수 있는 사람들은 축복이지 않을까 싶다. 그 축복을 가득 받고 온 셈이다.

비록, 울어버렸지만.


콘서트장을 빠지고 나온 여자들의 눈가엔 축축한 붉은 기운이 가득했다.

이젠 당분간 밥도 편히 먹고 잠도 잘 자고, 따뜻한 사람들 속에 웃고 하면 좋겠다.

혹 우울하더라도 그의 그런 됨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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