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나에게 주는 것

글 사진 이용현

by 이용현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비행기를 탈 때 창가 자리를 이따금 고집하며 창가에 앉는다.


오랜 시간 비행에서 뜻밖의 풍경이 펼쳐지거나 상상하지 못한 예쁜 그림들을 볼 때면 우리는 미술관에 온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창문은 곧 액자가 되고 그 안에 흘러가는 구름들, 개미같이 작아진 도시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순간은 전시를 보는 것처럼 값지다. 생각할 수 있으므로 충만해진다.


마음이 아파서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이라면 창가 자리만큼 좋은 자리는 없다. 비즈니스석 만큼 넓지 않고, 다소 좁은 불편함을 감안해야 하지만 하늘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이렇게나 가까이 볼 수 있는 순간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살아있다는 거 말이야. 그냥 이대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어. 가끔 더 좋은 미래를 생각하며 고민하는 이 과정들도 우리가 한 때 그토록 바라던 미래였을 테니까.


오늘을 사는 동안 미래는 계속 죽어. 그러니까 지금이란 말보다 찬란한 단어는 없지 않을까.


현실, 지금, 오늘, 이 평범한 단어들에 우리는 자주 감탄할 수 있었으면 해.


지금의 나와 너를 사랑한단 뜻이야.

미래로 가는 과정들은 곧 '오늘'이니까 아프지나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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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따로 없지만 여행지에 있는 성당에 들어가 이따금 기도를 올린다. 내 건강을 빌고 내 앞날을 빈다.


내 삶을 더 사랑하게 해달라고 빌고 나오면 사람들이 생각나서 생각난 사람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또 다른 기도를 하기도 했다.


내가 사랑을 기도하며 내 삶을 그토록 아껴나갈 때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기적이었지만 내 기도가 먼저였음을 고백한다.


아직까지는 건강하고 두 눈으로 예쁜 장면들을 바라볼 수 있어 감사하다. 가끔 예쁘고 멋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맛있는 밥을 먹는 것. 바람을 느끼고 여전히 어디로 떠날 수 있는 이 사실에도 감사하고 싶다.


현실에 치여 막막하고 답답한 날들이 닥칠 땐 촛불을 켜고 향을 태웠던 그 모든 여행지에서의 기도를 끌어모은다. 진실되고 간절했던 기도가 돌고 돌아 내가 있는 지금 여기로 오게 해 달라고.


사랑을 떠올리며 했던 기도. 오직 내 삶을 위했던 따뜻한 기도.

앞모습이 어느 한 사람을 맞이하게 되는 입국 장소라면 뒷모습은 그 사람을 떠나보내는 출국 장소와 닮아있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는 건 결국 여행을 하고 온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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