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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여행 중입니다
여행이 나에게 주는 것
글 사진 이용현
by
이용현
Dec 8. 2019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비행기를 탈 때 창가 자리를 이따금 고집하며 창가에 앉는다.
오랜 시간 비행에서 뜻밖의 풍경이 펼쳐지거나 상상하지 못한 예쁜 그림들을 볼 때면 우리는 미술관에 온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창문은 곧 액자가 되고 그 안에 흘러가는 구름들, 개미같이 작아진 도시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순간은 전시를 보는 것처럼 값지다. 생각할 수 있으므로 충만해진다.
마음이 아파서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이라면 창가 자리만큼 좋은 자리는 없다. 비즈니스석 만큼 넓지 않고, 다소 좁은 불편함을 감안해야 하지만 하늘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이렇게나 가까이 볼 수 있는 순간들은 얼마 되지 않
는다
.
살아있다는 거 말이야.
그냥 이대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어. 가끔 더 좋은 미래를 생각하며 고민하는 이 과정들도 우리가 한 때 그토록 바라던 미래였을 테니까
.
오늘을 사는 동안 미래는 계속 죽어. 그러니까 지금이란 말보다 찬란한 단어는 없지 않을까.
현실, 지금, 오늘, 이 평범한 단어들에 우리는 자주 감탄할 수 있었으면 해.
지금의 나와 너를 사랑한단 뜻이야.
미래로 가는 과정들은 곧 '오늘'이니까 아프지나 말자.
.
종교가 따로 없지만 여행지에 있는 성당에 들어가 이따금 기도를 올린다. 내 건강을 빌고 내 앞날을 빈다.
내 삶을 더 사랑하게 해달라고 빌고 나오면 사람들이 생각나서 생각난 사람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또 다른 기도를 하기도 했다.
내가 사랑을 기도
하며
내 삶을 그토록 아껴나갈 때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기적이었지만 내 기도가 먼저였음을 고백한다.
아직까지는 건강하고 두 눈으로 예쁜 장면들을 바라볼 수 있어 감사하다. 가끔 예쁘고 멋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맛있는 밥을 먹는 것. 바람을 느끼고 여전히 어디로 떠날 수 있는 이 사실에도 감사하고 싶다.
현실에 치여 막막하고 답답한 날들이 닥칠 땐 촛불을 켜고 향을 태웠던 그 모든 여행지에서의 기도를 끌어모은다. 진실되고 간절했던 기도가 돌고 돌아 내가 있는 지금 여기로 오게 해 달라고.
사랑을 떠올리며 했던 기도. 오직 내 삶을 위했던 따뜻한 기도.
앞모습이 어느 한 사람을 맞이하게 되는 입국 장소라면 뒷모습은 그 사람을 떠나보내는
출국 장소와
닮아있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는 건 결국 여행을 하고 온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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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사랑령> 출간작가
2016 「울지마,당신」 2021 「나는 왜 이토록 너에게 약한가」 2025「사랑령」출간. 이토록 소중한 삶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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