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겐 이 도시가 주는 그리움

북유럽에서 만난 행복 이야기

by 이용현


새벽부터 오후까지 하늘은 계속해서 흐린 얼굴이다.

겨울에도 눈이 잘 내리지 않는 도시, 유럽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린다는 도시 베르겐.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알록달록 칠해진 삼각형 지붕에 시선을 줄곧 빼앗겼지만

그 호기심도 잠시, 하루종일 비가 반복해서 오는 걸 보고 있자니 마음까지 축축해졌다.


밥을 먹고 있을 때도,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도, 거리를 걷고 있을 때도

비는 멈춘 듯하면서도 다시 비를 뿌리곤 했다.

겨울의 북유럽, 노르웨이의 2번째로 큰 이 도시는 흐린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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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도 아닌 겨울 중에 이렇게나 비가 자주 내리는 도시에서

비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아마도 이곳에서 생활자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겐 흐린 얼굴을 품은 도시가 익숙하겠지만

그 익숙함 안에는 내일은 날씨가 오늘보다 좋기를, 해가 잠시라도 떠있어주기를 하는 마음을 품고 있지는 않을까.


흐린 도시를 걷다가 30분 가까이 해가 보였는데 3일 만에 보여주는 빛이 좋아 넋을 잃고 빛이 있는 쪽을 따라가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빛이 잠깐이나 사람들의 얼굴을 비추고, 지붕위를 비추니 흐린 얼굴을 품은 도시는 마치 동화속의 배경같았다.


빛은 금새 사라지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내 얼굴에 따뜻한 빛이 잠시라도 비추고 갔다는 사실에 좋았다.

흐린 도시엔 흐린 마음이 가득할거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 마음대로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힘 앞에 겸손함이 있고 내일은 오늘보다 좋겠지,하는 기대와 그리움을 가득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빛이 너무 없어서 작은 빛 하나도 소중하게 그립게 하고, 맑은 날이 아주 가끔은 있다는 것에 만족하게 된다.


베르겐, 이 흐린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면, 맑은 날이 많지 않아도 어느 도시보다 따뜻함을 품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베르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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