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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Jun 19. 2020

여행의 시작과 끝

늘 여행처럼 살 수 있기를

아무 말 없이 피곤만 데리고 집으로 오는 저녁, 여기저기서 외로움이 몰려든다.
약속 없는 , 약간의 출출한 배, 울리지 않는 벨, 종일 침묵을 지키는 방.
이른 아침 출근을 하고 늦은 저녁 퇴근하는 사이에서 나는 오늘 행복했을까.
혹은 외로웠을까.

바쁜 나머지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는 일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바쁜 일이 사라졌을 때 불어닥치는 공허는 사람을 허전하게 만든다.

그럴 때마다 내가 살다온 여행을 떠올린다. 바쁨과는 상관없이 천천히, 내 의지와 내 방식대로 지내던 며칠, 소소한 것에 기쁨을 느끼며 모든 오감이 자극되어 자주 흥분하던 나의 모습을 되새긴다.

오랜 시간 벤치에 앉아 할아버지를 구경하던 일, 노숙자의 샹송에 충격을 먹은 일, 굵은 비를 맞으며 파리의 동네를 끝까지 걸어갔다 끝까지 왔던 일. 그때의 기억들이 차오르면 이내 나는 곧 행복으로  충만해지는 것이다.

오늘 내가 외로웠다면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틈을 주지 않는 바쁜 삶에 아주, 잠시라도 느슨해지며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마음만 먹고 움직이는 곳은 여행의 시작이 되고 힘없이 걸음을 멈추는 곳은 여행의 종착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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