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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Oct 05. 2020

아버지와 취미가 같았다니

유전자적 취미

앨범을 펼치다 우연히 발견한 사진 한 장. 복고를 연상시키는 장발과 깔끔한 코디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태어나기 전 아버지는 DJ를 해도 될 만큼 수많은 명반의 외국 노래를 섭렵하고 있었고 명반 Lp판을 수집해 대부분의 시간을 음악에 빠져 살았다고 했다.

그럼 아버지 취미가 음악 감상? 그건 내 취미인데?
마치 취미도 유전이 되는 것처럼 우리는 젊은 시절부터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사진을 통해 알게 된 나는 아버지와 가까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누구를 좋아했는데?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아버지의 입에서 유명한 가수들의 이름이 쏟아졌다.
둘리스. 퀸, 조지 마이클. 머큐리. 존 레넌. 조지 헤리슨.


이 사람들을 안다고?
응, 자주 들었다.
모두 다 유명한 영국 가수들이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아버지는 Tv채널을 돌려 나훈아 쇼를 틀었다.
나훈아에 대해 브리핑하는 아버지.
남진이 더 유명하지 않나?라고 묻자 남진은 비교 대상이 안 된단다. 한때 남진이랑 라이벌이긴 했으나 나훈아가 워낙 잘 나가니 남진이 나훈아를 제거하려고, 살인 사주까지 했다는 해프닝까지 듣게 되었다.

속으로는 이 사람 노래 엄청 좋아하네,라고 하면서 그간 왜 노래 듣는 걸 통 못 봤나 싶었다. 먹고사는 일에 치여서 그 좋아하는 노래도 잊을 만큼 정신없이 살았겠지.

아버지는 말도 않고 나훈아에 빠져 있었다.
난 근데 심수봉 팬이야. 남자가 나훈아라면 여자는 심수봉이지!
듣지도 않고 나훈아만 보는 아버지.

오랜만에 행복해 보이는 아버지의 표정이 보였다.

아버지와 취미가 같았다는 사실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감정을 느꼈다.


그러면서 혹, 니 아버지 똑 빼닮았다야, 했던 사람들의 말이 떠오르며, 어쩌면 부자지간에는 얼굴만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취미까지 유전되는 것인가? 하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정말 취미까지 유전으로 물려주는 일이라면, 지금 내가 즐겨하는 일들은 젊은 날의 아버지가 그토록 원하고 좋아했던 일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정작 아버지에 대해 깊게 알지는 못했지만 나를 통해 아버지의 젊은 날을 바라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지금 나의 취미가 있다면 그것은 과연 유전이 아닌지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머니든 아버지든 당신의 취미는 뭐였어? 라고 물으며 그들의 취미와 나의 취미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우리는 진짜 비슷한 취미를 바진 사람일 수 있을지도 모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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