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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Jan 02. 2021

happy, happy new year

근 8년 동안 12월 31일은 다른 나라에 있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에게 주는 선물로 다른 나라에 가 있겠다 약속했고 그 나라 마지막 날을 기점으로 지는 노을이 지는 곳에 가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왜 일출 아닌 일몰이었냐고 누군가는 물었다. 나는 새롭게 뜨는 해를 맞이하는 일보다 마지막으로 지는 해와 작별을 하는 일이 더 좋았다고 대답했다.

새해부터 다짐은 수없이 할 수 있지만, 마지막 날 나를 돌아보는 일은 딱 한 번뿐인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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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파리행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던 날, 나는 비행기에서 그만 울었다. 귀에는 Chris botti의 연주곡 Emmanuel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창문을 열어 보인 하늘 위에선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며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무엇보다 살아있어서 이런 풍광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감격이었고, 감사였다.

눈이 뜨거울 만큼 찬란한 햇살을 다 받지 못해 창문을 내리고 조금을 울다가 행복하다고 했다.


이후의 모든 삶은 감사였고 해마다 찾아오는 12월 31일은 내 생애 있어서 나에게 특별한 이벤트가 되었다.


12월 31일 다른 나라에서 보내는 일은 이제  끝을 내기로 했다. 충분히 행복했고 값진 경험들이었으니까.


마지막 나라는 한국이 되었다.

어제는 한 드라마 감독님과 새해의 목표에 이야기하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목표 그런 거 모르겠어요. 다만 어느 책에서 말했듯 우리가 정확히 알고 있는 건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그러니 매 순간 지나가는 일에 대해서 조금만 더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만나는 사람에게도 조금만 덜 상처 줄 수 있기를, 하고자 하는 모든 일에 쉽게 절망하고 포기하지 않기를.

어쩌면 새해의 목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바람이 찬데 마음이 따뜻해져 돌아왔다.

Happy, happy new year.


Chris botti 곡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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