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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Jul 03. 2021

이별이 이리 쉬운 일이었구나

죽은 화분.

근 6개월을 같이 살다. 식물이 죽고 허전하게 남은 화분 하나가 쓸쓸해 보여  해바라기 씨앗을 사다 심었다.

해바라기 씨앗

파종, 씨앗을 듬성듬성 퍼트리고

흙을 덮은 뒤 물을 듬뻑주고 햇볕을 쐬어주었다.

씨앗을 까고 나온 새순 하나가 아주 어린 아기처럼 작더니

며칠이 지나자 놀랄 만큼 자랐다.

기특하고 신기한 마음에 매일 아침 화분을 바라보며 출근을 했다.

오늘도 잘 자라거라. 꽃을 피울 때까지.


헌데 요 며칠 비가 계속 내린 탓인지. 곁에 가까이 둔 식물 율마에 독성이 있는 것인지 하루아침에 저 푸른 잎들과 탄탄한 가지들이 늙은 노파처럼 축 쳐져서는 혈색을 잃고 송두리째 죽어 있었다.


내게서는 씁쓸함과 슬픔이 피어났다.

나름의 시간을 들여 관심을 갖고 사랑을 준 이유 때문일까.

말도 통하지 않는 식물이 죽었을 뿐인데도 이상하게 찌릿한 감정이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


이별이 이렇게 쉬운 일이었던가.

마음을 준 가슴에서는 구멍 하나가 생겨 자꾸 아픔이 샌다.

흠뻑, 더 많이 더 자주 사랑함에도 우린 언젠가 자신이 아끼는 것과 쉬운 이별을 할 수 있는 것이었네.


꽃을 피우지 못한 채로

항기를 다 전하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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