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이별이 이리 쉬운 일이었구나
by
이용현
Jul 3. 2021
죽은 화분.
근 6개월을 같이 살다. 식물이 죽고 허전하게 남은 화분 하나가 쓸쓸해 보여 해바라기 씨앗을 사다 심었다.
해바라기 씨앗
파종, 씨앗을 듬성듬성 퍼트리고
흙을 덮은 뒤 물을 듬뻑주고 햇볕을 쐬어주었다.
씨앗을 까고 나온 새순 하나가 아주 어린 아기처럼 작더니
며칠이 지나자 놀랄 만큼 자랐다.
기특하고 신기한 마음에 매일 아침 화분을 바라보며 출근을 했다.
오늘도 잘 자라거라. 꽃을 피울 때까지.
헌데 요 며칠 비가 계속 내린 탓인지. 곁에 가까이 둔 식물 율마에 독성이 있는 것인지 하루아침에 저 푸른 잎들과 탄탄한 가지들이 늙은 노파처럼 축 쳐져서는 혈색을 잃고 송두리째 죽어 있었다.
내게서는 씁쓸함과 슬픔이 피어났다.
나름의 시간을 들여 관심을 갖고 사랑을 준 이유 때문일까.
말도 통하지 않는 식물이 죽었을 뿐인데도 이상하게 찌릿한 감정이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
이별이 이렇게 쉬운 일이었던가.
마음을 준 가슴에서는 구멍 하나가 생겨 자꾸 아픔이 샌다.
흠뻑, 더 많이 더 자주 사랑함에도 우린 언젠가 자신이 아끼는 것과 쉬운 이별을 할 수 있는 것이었네.
꽃을 피우지 못한 채로
항기를 다 전하지 못한 채로.
keyword
식물
씨앗
좋은글
13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멤버쉽
이용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사랑령> 출간작가
2016 「울지마,당신」 2021 「나는 왜 이토록 너에게 약한가」 2025「사랑령」출간. 이토록 소중한 삶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구독자
5,527
팔로우
월간 멤버십 가입
월간 멤버십 가입
작가의 이전글
어느 날 무작정 계획 없이 떠나고 싶다면
글자로 연애를 하고 지울 수 있다면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