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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Jan 23. 2022

서울에 살고 한강을 좋아해요

봄과 가을 무렵이면 한강을 자주 달렸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다만 바람이 좋아서였다. 애처럼 신나서 패달을 굴리고 내릭막길을 달릴 때 바람 속으로 안기는 기분이 꽤 달콤했다. 서울을 달리며 산다는 것. 그러다 지는 노을을 보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하루가 참 괜찮다 했는데. 그리고 내 인생도 꽤나 괜찮은 것 같다고.


어느 사이 연인처럼 사라지는 봄과 가을, 그리고 앞으로 다시 또 찾아올 봄과 가을, 그때도 웃으며 달리고 있을까. 햇볕도 쬐고 바람도 맞을 좋은 사람들이 있을까. 


행복한 시간을 혼자가 아닌 여럿과 누릴 때 그 행복은 배가 된다.

이제는 혼자서 행복을 누리는 일보다, 함께 행복을 누리는 일들을 찾고 싶다.

나 혼자 산다. 그동안 많이 했으니까.


옆에 있는 사람과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영어 학원에서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하라고 했다.


"나는 서울에 살고 한강을 좋아해요." 그것이 내 자기 소개의 끝이었다. 


무엇이라고 말할지 몰라서 그냥 좋아하는 것들이나 둘러대면 그것이 곧 나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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