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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Apr 28. 2022

주기만 하는 사람은 정말 행복할까

아버지와 어머니 밑에서 자라오면서 내가 보고 자라온 것은 타인에게 어떻게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주려고 하는 것이었다. 


집에 손님이 놀러 오면 빈손으로 돌아가는 걸 허락하지 않았고,  타인의 집에 방문할 때는 꼭 슈퍼든 어디든 들러 무언가를 사서는 상대방의 손에 쥐어주곤 하셨다.  


우리가 부자인가? 할 정도로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신의 사람들에게 지갑을 자주 열었고, 신세 지는 일을 싫어했으며 먼저 베풀어야 성미가 풀리는 사람들이었다.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린 시절에는 잦은 다툼을 목도하기도 했는데 저렇게 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무슨 성격이 잘 안 맞는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다투면서도 결국은 둘 다 주는 것을 좋아하는 Giver였던 것이다.


그런 어머니는 나에게 늘 네가 없어도 타인에게 먼저 베풀어라 하셨고. 아니 우리도 없으면서 뭘 그렇게 베푸는데?라고 가끔 쏘아붙이면 나중에 언젠가는 다 돌아와. 너한테든 다른 사람에게든 돌아가는 거야. 줄 때는 그냥 주는 거야. 하시면서 나로 인해 받는 사람이 기쁘면 더 좋은 거라고 가르치셨다. (비록 아무 것도 돌아오지 않더라도 말이다.)


한 번은 책상에 올려놓은 지갑을 뒤지면서 너 왜 현금이 하나도 없냐, 했고 "요즘 누가 현금 써. 카드 쓰는데..." 했더니 그래도 거리에서 노숙자가 차비라도 빌려달라고 하면 줘야지. 하면서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껴넣는 사람이 어머니였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아버지를 낳은 친할아버지와, 어머니를 낳은 외할머니는 동네에서 사람들을 챙기고 퍼주기로 소문이 꽤 자자한 분들이셨다고. 


그 뒤로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품성에 대해 이해하였으며 Giver(베푸는 사람)는 고칠 수 없는 성품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주기도 전에 계산하고, 나의 손익을 따지며, 내가 준 것이 돌아올까, 하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인색해질 때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생각한다. 


그들은 여전히 부자가 아닌데도 주는 것을 좋아하고 베풀며 사는 것에 만족을 느끼며 사신다. 

(제발 좀 부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지만 나의 바람과는 달리 그들의 인생은 다른 거니까.) 

주는 일에 궁색하지 않으며. 자신이 준 것은 금세 잊어버리고, 자신의 존재로 빛나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


주기만 하는 사람들이 정말 행복할까.라는 질문에 내린 결론은 행복하다로 매듭짓는다. 


결국 타인에게 무언가를 베푼다는 일은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거듭 확인하는 일이자, 남이 아닌 스스로를 위한 일임을 간과할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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