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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Mar 01. 2023

스물일곱에 쓴 일기

한 번은 어머니가 영양 부족으로 병원에 앓아누울 때 큰 나무가 한그루 잘리는 듯 집안에는 빛과 웃음 없는 먼지들이 나풀거렸다. 그럼에도 당신은 누워서 당신에게 매달린 나를 보며 우리 매미, 우리 매미. 하면서 매미가 날아가는 창창한 날들을 소원했다.

계절이 지나도 나무는 한그루의 나무로 한생을 오래도록 지키듯 이 시대의 부모도 그저 그렇게 매미의 비상을 꿈꾸기만 하는 존재인 것일까.


자신은 한 곳에 뿌리 박혀 날지도 못한 채 눈과 비를 맞으며 삶의 운명인 듯 변화보다는 유지에 바짝 붙어 오로지 자식을 위해 사는 나무들이 문득 슬펐다.


저 뻣뻣한 몸속에는 무슨 희망을 잉태하고 있기에 새순을 돋우듯이 나에게 웃음만을 바치는 것일까.  나무를 위해 나, 나는 날아야 한다. 날아갈 것이다.


물음이 막히면 울음이 된다.

모든 울음의 근원은 내가 던지는 물음이 해결되지 않을 때 찾아온다.

 

물음표를 던져도 답이 내려지지 않는 막막함.

막막함이 가슴에 막히면 이내 울음이 터지고 마는 것이다.


길어지는 백수 생활. 다가오는 학자금 대출 상환일자.

집안에 쌓여가는 부모님의 체납 고지서.

어디로 도망치고 싶은데. 나는 고슴도치와 4평 남짓 방에서

24시간을 답답하게 맴돌 뿐, 스스로를 찔러 피를 나게 하는 답답한 짓.


아무렇지 않게 받는 용돈. 나도 그럴 순 없나.

아무렇지 않게 대주는 월세 보증금.

아무렇지 않게 보내주는 유학.

먼 꿈이다.


춥다. 따듯하게나 살자.

성공해서 부모에게 보탬이 돼야 한다. 나는 이롭고 싶다.

그러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되지? 물음이 막혀서 울음이 자주 터진다.


#40살이 되어 27살에 쓴 일기를 보며. 나에게 박수 보낸다. 여전히 삶은 ing. 무엇이 되든 나는 나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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