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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Feb 19. 2023

빗장을 걸어 빗나갔던 사랑에 대하여

조금은 비겁하다.


호감이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사랑을 주는 데 있어서는 내 마음대로 주고 애정을 쏟아내면서 정작 사랑을 받는 데 있어서는 취사 선택해서 받는다.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거나 받아주지 않을 때는 속상해하고 야속해하면서도  

반대의 입장에서 내가 사랑받는 사람이 될 땐 거만한 자세로 을이 아닌 갑으로 둔갑한다.


내가 받기 싫은 사랑은 받지 않으며 마음에 빗장을 걸고 앞장서서 막을 때 이중적인 나의 태도에 실망하고 괴로움을 느낀다. 이 괴로움을 잊기 위해 비겁하게 상대의 안녕을 빈다.


나를 좋아하고 아껴주며 사랑했던 이들이 내가 걸어 잠근 마음의 빗장에 다쳐 돌아갈 때의 서운함과 속상함을 안다고. 나 역시도 숱하게 두드리고 응답 없는 마음에 다쳐 돌아온 일이 많았다고.

 

빗장을 걸어 빗나간 사랑의 상처는 모양이 같다.


서로가 빗나갔던 사람에 대해 원망보다는

서로가 비슷한 온도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 마음의 빗장을 무장 해제하고 을과 갑의 경계를 허무는 안정된 사람 곁으로 모두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나는 이미 마음도 없으면서 나를 향해 오는 마음이 부담이란 걸 알면서도 우쭐했던 그 태도를 반성하며.


상대의 안녕과 더 좋은 사랑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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