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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Jul 03. 2023

아버지는 난장이가 되고.

아버지는 그러니까 철도 공무원이셨다. 학자금도 나오고 야간까지 일하면 그래도 네식구. 동생이 하늘나라에 가기 전까지 혼자 모든 가족을 다 먹여살리신. 그는 책임감도 강했고 성실했으며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의 꼼꼼한 성격을 부러워했다.  그가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의 몸에선 기차소리가 나는 것만 같았다.

아버지는 일찍 팀장과 사무장까지도 달았는데 말단 사원이나 부장등이 집으로 밤늦게 들이닥치면 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인지. 아버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어머니와 나에게 용돈을 두둑히 찔러주었다

그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철도에서 몸을 담은지 20년이 훌쩍 지나고  명예퇴직을 운운하며 구조조정 바람이 불던 무렵 아버지는 박수칠 때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며칠만에 아침부터 거리를 어슬렁거리던 어느 동네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용돈을 크게 찔러주던 부장은 아버지의 자리를 꾀차고 앉았고, 술에 취해 충성을 맹세하던 사원들도 더이상 우리집을 찾지 않았다.

그 잘나가는 아버지가 퇴직을 하자, 내 눈에 비치는 아버지는 동네에 홀로 남은 아이처럼 보였다.

그는 내 눈치를 보며 종종 산으로 향했다. 그 때 눈치를 보던 아버지는 작은 키에 더,  더 작은 난쟁이가 되어 있었다. 자신감에 넘치던 아버지는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뉴스에서 50대의 한남자가 퇴직하고 소일거리를 찾아 아파트 경비원이 되었는데 주민의 심한 갑질에 못견뎌 자살을 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이새끼들이. 자신의 삶만 유한한 줄 알고 갑질을? 잠시 분노했으나 아버지의 일이 아니라 외면했다.

나는 취직이 되지 않아 노가다를 하고 있었으므로. 아버지의 또래들과 친하게 지내며 계속해서 삶의 유한함을 떠올릴 뿐이었다.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영원하고 힘이 센 존재인가. 땡볕에 철판을 올리고 있던 찰나  잠시 휘청거려 나는 3층 높이에서 떨어질 뻔 했다.

야야! 조심해야지. 밑에서 아주 작은 존재들이 외쳤다.
한때 어느 기업이 사장이었다는. 잘나가던 광고기획자였다는 그들은 아버지와 다를 것 없는 같은 난쟁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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