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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훈 Oct 12. 2015

나에게 하루 걸이 밭만 있었던들...

  다른 사람은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나에게 낙양에 하루 걸이 밭 두 이랑만 있었어도 나는 결코 6개국의 재상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전국시대 합종책을 써서 6개국의 재상이 된 소진의 말이다. 

어려운 여건, 결핍이 나를 전진시켜  나아가게 한 것이다.


여건과 운명이라는 무거운 짐이 인생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다. 

고난이 인생에 변화를 주고 한 인간에게 시련의 수렁에서 벗어나도록 노력을 하도록 하여 새로운 성취를 이루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하늘은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가. 

당신에게 뼈를 깎는 처절한 고통과 시련을 주는 것도 다 이유와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당신은 특별하니까 하늘이 크게 쓰려고 더 특별하게 다루는 것이다. 그 의미를 알고 깨닫게 된다면 세상을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다시 느끼고 천명을 알게 된다. 


그래서 자신에게 다가온 시련의 파편조차 다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됨으로써 사소한 것조차 다 수용하게 된다. 이른바 “범사에 감사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견디어 낼 수 없는 일은 인생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말처럼 인생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는 폭풍우처럼 무더기로 쏟아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견디기 어렵지만 그래도 이겨내야 한다.  어쩌겠는가. 유난히 자기 주변에 비가 많이 쏟아진다고 생각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그 비가 계속 퍼붓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인생의 진정한 성공은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이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인생의 의미는 고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고난을 이겨나가는 데 있다. 그 고난마저 자신의 운명으로 생각해 극복해 내는 과정, 거기에는 인간의 의지가 있기에  인생의 깊이가 있고 오히려 살아가는 의미가 있다.     


“비는 내리는데 어머니는 시집 간다.”


이 말은 경남지사를 지낸 젊은 김태호 의원이 청문회 도중 국무총리직 사퇴 후 트위터에 올려  유명해졌다. 이 말은 원래 마오쩌둥(毛澤東)의 어록에 있는 말이다. “천요하우, 낭요가인, 유타거(天要下雨 娘要嫁人, 由他去)”, 즉 ‘하늘은 곧 비를 내리려고 하고 어머니는 시집을 가려고 하는구나, 가게 놔둬라.’는 말이다. 


이 말은 마오쩌둥의 공식 후계자가 된 린뱌오(林彪)가 그 후 오히려 견제와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마오쩌뚱을 암살하려다 계획에 실패하여 소련으로 망명하려 할 때 한 말로 알려져 있다. 린바오는 비행기 추락으로 죽는다.


출처야 어떻든, 이 말의 내용 자체는 비극적이다. 비는 와서 먹을거리도 없는데 어머니는 비참한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이를 두고 새로 시집을 간다고 한다. 이처럼 현실은 비참할 수 있다. 홀로 남은 아이는 천장이 숭숭 뚫린 오두막에 남아 구걸로 굴욕스럽게 인생을 이어나가든지, 혹은 엄마의 새 남편 밑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희망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걸어야  할지 모른다. 아직 자립할 힘이 없는데 닥친 어려운 환경에 선택할 길이 별로 없는 것이다.    


인생은 이처럼 어려운 순간이 올 때가 있다.  인생에서 숙명적으로 만나는 인간의 고독과 시련에 대해 한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

                                            -정호승, ‘수선화에게’ 중에서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할 때가 있다. 갑자기 닥친 어려움으로 돈도 없고 주변에 사람도 사라졌다. 비록 ‘자기 그림자 하고만 친한’ 어려운 세월을 보낼지라도 뜻을 세워야 한다. 뜻이 길을 만드는 것이다. 인생은 뜻과 의지로 결정된다. 뜻은 생각을 깊게 하고 행동을 낳는다. 그 행동이 운명을 결정짓는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 치더라도 자신의 숙명은 절대로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운명이 인간을 지배한다고 해도 운명의 구체적인 내용은 결국 인간의 선택에 맡겨지게 된다. 

우리는 학교에서 인간은 평등하다고 배웠지만 실제로 인간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과 농부의 아들이 어찌 똑같겠는가. 학교에서 평등과 민주주의를 배웠던 이들은 졸업이 가까워 오면서 취직에 전전긍긍하면서 인간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차라리 처음부터 학교에서 기회와 시간이 평등한 것이지 실제로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고 가르쳤으면 오히려 실망이 적을 것이고 대책 마련을 위해 서둘렀을 것이다. 그룹 회장과 국회의원을 아버지로 둔 것도 능력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자기 길을 찾는 것이 옳은 일이다.  


뒤늦은 깨달음은 더 많은 노력과  함께 기득권층에 대한 반발심을 줄 뿐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인간 불평등 기원론> 같은 것을 가르치고, 깨끗한 부(淸富)와 권력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주어진 조건이 영원하지는 않다. 3대 가는 부(富) 없고 10년 가는 권세가 없어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열흘 붉은 꽃 없다)’이라 하지 않았던가. 권세와 부가 영원하지 않고 노력하면 바꿀 수 있기에 인생을 살아보려는 것이다. 


인생에 예외가 없는 것이 없듯이 물론 열흘 넘게 피는 꽃도 있다. 꽃이 백일을 간다는 백일홍이 그렇다. 부도 덕을 베풀면 경주의 최부자나, 유한양행처럼 대를 잇고 세월을 넘어서서 존경을 받고 이름을 남긴다. 그래서 3%의 부자는 3대를 넘어가면서 그 부가 이어지며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파스칼의 <팡세>를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한겨울 햇볕이 다사로운 담벼락에 한 사람이 서 있으면 이내 그 옆자리에 한 명 두 명 잔뜩 모이게 된다. 그중에는  햇볕을 받기 좋은 자리도 있고 늦게 온 친구는 얼음이 녹아 밑이 질척한 곳도 있다. 그러나 곧 저녁이 되면 이들은 모두 그곳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인생에서 얻은 부와 권세와 명성도 모두 이러한 것이다.”   


'땅콩문제'로 감옥까지 갔다 온 대한항공의 조현아 부사장은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친 사건을 지금은 어떻게 생각할까.


대한항공은 한때 '민족의 날개'라고까지 불렸던 이 나라의 자존심이었다. 개인적 고통은 말할 것 없이 그 사건으로 곤두박질한 주가나 이미지 훼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대한항공이 야심 차게 추진하던 경복궁 앞에 있는 부지에 지으려는 5성급 호텔도 건립을 포기했다.


조양호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땅콩사건 이후  (조현아는) 아이들 양육을 하며 쉬고 있다고 한다" 

야심과 능력을 가진 장녀, 조현아는 시기상의 문제이지 다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사실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문제에는 지장이 없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수나 있지 이 나라에는 젊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녀 자신이 어렵다고 여기는 삶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녀가 세상에 대해 그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에게 복수보다는 그것을 하늘이 준 교훈으로 생각해서 새로 선택한 운명을 살아야 한다.


록펠러도, 노벨도 다 그렇게 해서 다시 태어나 존경받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보 때문에 '죽음의 상인, 마침내 죽다'라는 자신의 부고를 보고 큰 깨달음을 얻어 노벨상을 만든 노벨이나, 돈과 일에 대한 집착으로 시한부 삶을 성공받았던 록펠러가 기부를 통해 다시 태어난 인생으로 존경받는 삶을 살며 천수를 누렸기 때문이다. 땅콩이 그녀의 운명을 바꾼 사건이 되기를 바란다.

   

니체는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운명이란 실로 단단하게  짜여진 네 운명을 사랑하라. 모순과 고난과 고통의 실로만  짜여진 것만은 아니다. 네 운명에서 어려움만을 걷어낸다면 그것은 마치 곱사등이에게서 그의 생명인 혹을 제거하는 것과 같다. 당신의 운명을 당신이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사랑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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