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순훈 Oct 15. 2015

길은 어려움, 그 속에 있다

 민손단의(閔損單衣)

성공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현재의 여건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그 어려움을 치열하게 사랑하고 넘어서야 한다.


성공한 이 중에서는 자신을 둘러싼 어려운 환경을 오히려 고마워 한 사람도 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성공의 비결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가난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었고, 초등학교밖에 안 나왔기에 늘 다른 사람에게 배우려 했고 그래서 역경을 기회로 만드는 겸손을 배웠다. 몸이 약했기에 늘 건강에 유의해야 했으며 내가 가진 재능이 적었기에 남에게 부탁하는 법을 배워 남의 힘을 사용하는 법을 배웠다. 몇 번인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기에 나는 나의 강한 운을 믿었다.”


마쓰시타는 가난했기에 성실을, 저학력이었기에 늘 다른 사람에게 배우려 했고, 어려운 환경이기에 그 역경을 변화시키는 힘을 모색했다. 다른 사람의 힘이 있어야 했기에 겸손을 배웠고 몸이 허약했기에 건강을 살폈고, 내가 가진 게 부족했기에 남에게 기분 좋게 부탁하는 방법을 찾아 다른 사람의 힘을 사용하는 법을 배웠고 자신의 운명을 믿어 행운이 늘 함께 한다고 믿었다.


마쓰시타의 경영철학은 한마디로 "사람이 전부다"는 것이고 오늘의 자신을 만든 것은 가난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위대함은 가난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것보다 거기에서 교훈을 얻어 많은 사람들을 빛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그는 나라의 장래를 바꾸는 것은 ‘사람’뿐이라고 생각하여 일본 정‧재계 최고 인물을 길러내는 ‘마쓰시타 정경숙’을 설립하여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데 그 영향은 지금까지 엄청난 힘으로 일본 사회를 바꾸고 있다.

그는 어려운 여건으로 세상에 왔지만 세상에 빛을 선사한 것이다.

 

이것을 한국에서도 실천하는 이가 있다.

 

“지방이 잘 살아야 나라가 잘 산다”는 일념으로

<향부숙(鄕富塾>을 세운 충북대 학장을 지낸 강형기 교수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강형기 숙장이 교육시킨 지방 공무원과 지방의원 시장, 도지사들은 지금까지 몇천 명이 넘는다. 6개월 단위로 매주 토, 일요일 지방공무원들에게 살아있는 정책 수립과 재교육으로 지방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

 

인간경영과 지방경영의 구체적인 사례연구를 통해 더 나은 지방을 만드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지방을 갈 때마다 지방이 획기적으로 발전되고 변화되는 모습에 놀라는데 그 뒤안길에는 강 교수의 숨은 노력이 있다고 보면 가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 인재들 중에는 벌써 지방자치단체장, 장관, 국회의원까지 배출했는데 그중에서  대통령이 나오게 된다면, 이 나라는 또 다른 질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큰 나무는 큰 바람을 맞는다.

크게 될 나무일수록 맞는 바람도 더 크고, 겪는 고난도 더 크다. 환경은 인간을 연단시키는 훈련장일 뿐이다. 신은 당신을 더 빛나게 하기 위해 오늘도 큰 바람과 역경으로 당신을 연단시킨다고 생각하라. 그것을 이겨내야 당신은 당신의 본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민손단의(閔損單衣)'라는 말이 있다.   "민손이 홑옷을 입다"라는 뜻이다.


민손(閔損)은 노나라 사람으로   아주 어려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재혼하여 아들 둘을 낳았다. 한겨울  아버지가  회갑연에 가려고 민손에게 말고삐를 쥐게 했는데 자꾸 말고삐를 민손이 놓쳤다. 화가 난 아버지가 말채찍으로 민손의 등짝을 내려치니 옷사이로 갈대가 삐져나왔다. 자세히 보니 겨울옷이 솜옷이 아니라 갈대로 속을 채웠다.  후처의 자식은 솜을 옷에 넣었기에 아버지는 이에 분개하여 부부간에 대판 싸움이 났다. 오랑캐 같은 후처를 쫓아내려 하자 민손이  아버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며 섬돌에 꿇어 앉아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께 성심을 다해 한마디를 한 것이 그 유명한 민손단의다.

 

“모재일자한(母在一子寒)이요, 모거삼자단(母去三子單)입니다."

어머니가 계시면 한자식만 춥지만, 어머니가 가시면 세자식이 홑옷을 입어야 합니다.


이 말에 아버지와 후처는 감동했다.

성공할 사람은 나이가 어려도 이처럼  생각이 다르다. 그릇이 있는 것이다. 될 나무는 이처럼 떡잎부터 다르다. 속칭 싸가지가 있는 것이다.


이 사건 이후 후처는 완전히 마음을 고쳐, 민손을 정성껏 키운다. 민손은 후에 공자의 10대 제자로 이른바  '공문십철(공자문하에서 배출한 10명의 걸출한 인재)'이 된다. 효경(孝經)에 나오는 이야기다.  


 가난은 인간을 피폐화시킨다.

대학시절 은사는 고학을 하며 공부를 했다. 계란행상을 했는데 신당동 언덕길을 힘들게 넘다 깨어진 계란은 팔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삶아서 식사를 대신했다. 계란을 많이 먹다보니 닭똥냄새가 목구멍까지 올라와 구토가 일 정도라 했다. 대학원 다닐 때 부모님은 거의 굶어죽다시피  했다.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가족을 외면한 것 같아 그 한은 평생의 짐이 되었다. 대학원 다닐 때, 하루는  아내 생일인데 가진 돈이 없었다. 그래서 1시간 반을 걸어서 집에 가면서 아낀 차비로 간신히  귤 2개를 샀다.


아내는  생일 때 귤 하나를 건네받아 불을 피우지 않는 냉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흐느끼고 당신은 목이 메어 먹던 눈물 젖은 귤 맛, 그 절절함을 평생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동학혁명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서 대학부총장을 지낸 은사는 지금은 아내 생일 때 다이아 반지를 선물할 정도의 여건은 되었지만 그 애절한 사랑의 마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은사는  가난 때문에 사람들에게 받은 수모와 모멸을 못 잊어 전쟁이라도 난다면 총으로 쏴 죽이고 싶은 인간 같지 않은 인간에 대해서도 말하였다.  사람이 사람에게 준 상처는 세월이 지나도 하드웨어에 영원히 꽂힌다. 이래서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 은사가  얼마나 가난에 영혼이  시달렸으면 <가난에 대하여>라는 책을 다 번역해 냈을까.  그런 고생을 했기에 은사는 지금  많은 배려를 하며 세상을 살고 계신다.


환경은 인간을 만들기도 하고 무너지게도 한다. 하지만  환경도 사람의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 환경은 인간을 지배하지만 인간의 노력은환경을 넘어설 수 있다. 오히려 환경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주위를  감동시킨다. 그래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행운은 환경을 탓하고 굴복하는 자에게는 찾아오지 않는다. 움직여서 얻는 게 행운이라 하지 않던가.'헬조선'이라 부르며 세상을 원망하는 젊은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기성세대의 잘못과 정책의 잘못, 배려의 부족과는 다른 이야기다.

 

중국 속담에  “사람이 떠나면 차가 식는다.”고 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이좋게 지내다가 어떤 이유로 그중 한 사람이 떠나고 그로 인해 모두 연락이 끊기는 것을 말한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니 주위의 안부를 살필 여유도 없어졌다. 가까운 사이도 연락이 없다 보면 점차 소원해지고 친구사이도 멀어져 간다. 성공하려는 사람은 이것을 경계해야 한다. 성공하지 않으려는 사람이라 해도 주위를 배려하고 어루만지는 따뜻함은 세상을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주변에 느끼게 한다. 그래서 불경에서는 "목마른 자에게 주는 물 보시가 가장 큰 보시"라 했다. 좋은 말로 주변을 아끼는 말보시, 좋은 것만 보려는 눈보시, 주변을 배려하고 자기를 낮추는 마음보시... 세상은 내가 줄 것이 많은데 왜 배려를 하지 않는다 말하는가. 나에게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세상을 향해 줄 것이 이 있다.


그래서 시인 안도환은 이렇게 말한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주변을 향해 먼저  내미는 손, 그 손이  아름다운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게 하루 걸이 밭만 있었던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