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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훈 Feb 06. 2016

섣달그믐, 대원군도 힘들었다

봄은 당신 앞에 있습니다 

역사를 보면서 우리는 조선 말기 세도정치의 피해를 보게 됩니다.


정조의 개혁정치는 그의 너무 이른 죽음으로 끝이 납니다. 그 후 조선은 '안동 김씨'의 세상이 됩니다. 


심지어 기개 있는 왕족이었던 이하전은 안동 김씨의 견제로 역모의 누명을 쓰고 죽었습니다.

그래서 강화에서 농사지으며 살던 도령이 임금이 됩니다. 철종이죠. 


권력유지를 위해 임금까지 갈아치웠던 '안동 김씨'의 세도는 엄청났습니다.


흥선 대원군은 집권 후  그런 안동 김씨를 왜  멸문시키지 않았을까요?  



150년 전의  섣달그믐-


설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흥선군 이하응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설을 맞이하려고 밖은 붐비고 있었습니다.


집집마다  설음식을 마련하려고 수선을 떨었습니다.  손님을 맞이하려고  집 안팎을 청소하거나  여인네들은 설에 입을 옷과 음식을 만들고, 할아버지들은 아이들에게 줄 연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집집마다 음식을 짓는 소리와 냄새가 나지만, 얼음장 같은 찬방에서 지내다 답답하여 이하응은 밖으로 나갑니다.


왕족으로 가정하나 돌보지 못하고, 이하전까지 역모로 죽어나가자 몸조심을 하기 위해 그는 미친 사람처럼 살았습니다. 


벼슬이 올라 잔치하는 집에서 두어 잔 걸친 술이 오히려 대원군의 심사를 어지럽혔습니다. 

비틀비틀 걸어가는데, 갑자기 거리가 소란해지면서 가마에서 한 사람이 내렸습니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흥선군 아니십니까?"

"........"


안동 김씨의 김병학 병조판서였습니다.


그는 바쁘다는 흥선군을 억지로 집에 끌어들여 술상을 거하게 차리게 합니다.


흥선군은 산해진미의 음식과 안주를 보니,  제대로 먹지 못해 얼굴이 누렇게 뜬 아내와 자식들이 떠오릅니다. 이 음식이 있으면 아내와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들자, 안주에는 손이 안가고 빈속에 술을 거푸 들이키게 됩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흥선군은 어지러운 심사로,  빈속에 술을 급히 먹어 쓰러졌던 겁니다. 


일어나 보니 병조판서 집 사랑방에 옷을 벗고 비단이불을 덮고 자고 있었던 겁니다.

그가 깬 기척이 들리자,  집사가 다가와 이렇게 말합니다.


"...흥선 대감님의 의관은 구겨져서 세탁을 하고 있습니다. 임시로 이것으로 의관을 정제하시면, 옷은  뒷날 대감님의 댁으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우리 영감님의 분부입니다."


먹을 것 하나 없는 집에, 그것도 설이 코 앞인데 혼자서  비단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흥선군은 하게 됩니다.  


집에 와서 보니, 굴뚝에 연기도 나고 마당이 소란스럽습니다. 아침에는 화가 났던 아내가 웃는 얼굴로 다가와 말합니다.

 

"... 병판 대감께서 옷이며 음식이며 쌀까지 세찬을 많이 보내왔어요..."


흥선 대원군의 '지란도'  -   바위나 나무를 뚫고 자란 난의 지조와 기상을 보여준다



가장 어려울 때, 상대를 배려하며 말없이 도와준 이 일을 흥선군은 결코 잊지 못했습니다.


김병학의 이 배려가 그와 안동 김씨 가문전체를 멸문에서 구한 겁니다.


그래서 김병학과 그의 동생 김병국은 훗날 영의정까지 지냅니다.


김병학의 딸을 며느리(왕비)로 삼으려 했지만, 안동 김씨의 외척 발호 우려로 친척이 없는 여자를 며느리로 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훗날 민씨라면 모두 친척으로 간주하여 세력을 만듭니다. 대원군과 권력투쟁에 나서는 명성황후 민씨입니다.   

 

가진 것도 없고, 미래도 안보이던 어둠의 날-

흥선 대원군에게 아들을 임금으로 만들겠다는 희망이 없었던들 그 시절을 어떻게 술을 먹으며 미치광이처럼 참고 보낼 수 있었을까요?         


지금 당신이  대원군일 지도 모릅니다.


월급을 못받고,몸도 아프고 , 취직을 못하고, 시험에 떨어지고, 부도가 나서... 

이런 저런 어려움으로 고향도 가지 못하고 힘들게 설을 맞이하는 분들께 오늘은 용기와 희망을 드리기 위해 쓰는 편지입니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뜹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사람의 운명은 어느 때고 달라지는 겁니다.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봄은 그대 앞에 있습니다.

이제는 그  찬 겨울을 이겨낸 당신의 꽃이 피어날  차례입니다. 


당신의 새로운 희망을 위하여 

용기를 주는  시 한수를 동봉합니다.



이수동 화백의 그림,  '두둥실'-      봄을 맞이하는 제목이다.  사람도 희망,  그림도 희망이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 두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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