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과 멈춤을 알면 욕됨과 위태로움을 피한다
"멈춰야 할 때를 알기에 , 물러나는 것이다(知止)"
이 말은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운 장량의 말이자, 그의 철학입니다.
그는 최고의 참모를 일컫는 '장자방(張子房)'이라는 말을 낳았습니다.
자방(子房)은 장량의 자입니다.
장량은 유방이 한나라를 세우자 돌연 은퇴를 선언합니다.
"천하가 통일되었으니 내가 할 일은 다했다"는 것입니다.
장량이 천하를 통일한 위업보다 그를 더 남게 한 것은 바로 '멈춤의 철학'입니다. 비슷한 말로는 "하늘을 보며 욕심을 버리고 멈춘다"는
'앙지(仰止)'가 있습니다.
노자의 사상인 자기를 다스리는 것, '정상에서 멈춰야 할 때'를 그는 알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가 은퇴 후 은거한 곳은
'장량의 세계'가 되어, 오늘날 유명 관광지가 된 중국의 장가계(張家界)입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張家界)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
(人生不到張家界, 百歲豈能稱老翁?)"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른바 도원지몽, 무릉원같이 장가계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를 단적으로 잘 표현해 주는 말입니다.
유방과 함께 한나라를 세운 3명의 큰 인물, '한초 3 걸 '중 한신은 토사구팽을 당합니다. 물러나지 않았다면 장량도 그 운명을 피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멈춰야 할 때를 안다는 것'은
오늘날에도 교훈을 줍니다.
'만사형통'으로 불리던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잘 나갈 때 신행을 하지 않았기에 다시 비리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형제의 난'에 100세를 앞에 둔 94세의 신격호 회장이 해결을 하지 못하고 아직도 문제의 불씨를 던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보면 자리가 높거나, 돈이 많다고 물러날 때를 아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지킬 것이 많아 집착 때문에 더 물러나기 힘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물러날 때를 모르면 그동안 살아오면서 이루었던 자신의 업적과 인생이 한꺼번에 통째로 무너지는 위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달릴 줄 만 알지 멈추는 것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멈추는 것은 패배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자는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멈춤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知足不辱 知止不殆)"고 했습니다.
이뿐입니까?
<대학>에는 "멈춤을 알아야 뜻을 정할 수 있다
(知止而后 有定) "고 하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멈출 때와 나아갈 때를 아는 것이 자기를 지키고 현명을 가르는 길임은 여전합니다.
잘나갈 때 멈춤을 아는 자는 현명한 사람이고, 나설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자는 더 현명한 사람입니다. 아무리 좋은 차도 멈추는 기능인 브레이크가 고장나면 사고로 이어집니다. 달리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잘 나갈 때 자신을 성찰하고 주변을 배려하는 마음은 그의 이름과 그의 자리를 빛나게 합니다.
그래서 진리는 변하지 않고 지혜는 여전히 필요한 것입니다.
자신을 성찰하는 것은 더 큰 '나'를 만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