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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훈 Sep 06. 2016

비명과 눈물의 색깔, 인디언 옐로

빛나는 것에는 남모를 눈물과 비명이 숨어있다

세상의 빛나는 것  뒤에는 남모를 고통과 아픔, 눈물이 있다.

     

사랑이라는 양달의 뒤에는 그 사랑을 현재화시킨 기다림, 한숨, 외로움, 고독, 참아냄이라는 감정의 그늘이 남모르게 존재하는 것이다.  

어찌 사랑과 성공에만 그늘이 있을까.
화가가 그린 그림의 뒤에도 짙게 배인 슬픔과 비명이 있다.     


‘인디언 옐로’라는 노랑색이  있다.     


노랑은 괴테가 '가장 빛에 가까운 색' '명랑과 부드러움, 따뜻함을 지녀 자연을 거느린 색'이라고 말했지만, 그 노랑에서도 인디언 옐로는 도발성이 강렬한 색상이다.     


이 고상하고 강렬한 색깔은 화가들이 아끼고 사랑한 색이다.



특히 고흐는 노랑을 즐겨 그의 그림에는 노랑색이 많다.     


인디언 옐로의 재료는 소의 비명으로부터 만들어졌다. 병든 인도 소의 오줌을 원료로 생산되기에, 인디언 옐로가 인기가 있을수록 상인들은 멀쩡한 소를 병들게 했다.

망고 잎과 물을 먹여 병든 소에게서 생긴 오줌, 것이 인디언 옐로의 재료다.     


인디언 옐로(Indian Yellow)라 알려진 이 색은 ‘몽기르 피우라’라고도 불리운다.      


인디언 옐로를 만들기 위해 인간들은 일부러 소들을 강제로 병들게 했다. 소들에게 치명적인 망고 잎을 먹이고 소가 질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기를 기다렸다.

그것도 참을 수 없는 인간들은 더 많은 망고 잎을 소의 아가리에 쑤셔 넣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색깔 인디언 옐로다. 이 사실이 공개되자 그들은 자기의  돈벌이 때문이라고 하지 않고 화가들을 위해서라고 했다.      


그렇지, 정치인과 상인이 언제 자기를 위해서 하겠나. 다 국민을 위해서 한 일이지.  


인디언 옐로는 소가 지른 비명만큼이나 상상할 수 없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물과 알코올에도 부분적으로만 용해된다고 한다.  그 색깔에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눈물과 비명이 있고,  그 뒤에는 인간의 잔인함과 욕심이 함께 오버랩되는 것이다.


이제 인디언 옐로는 더 이상 생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디언 옐로라 불리는 인도노랑을 그리워한다.

그처럼 아름다운 노랑은 세상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고, 아직  찾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인디언 옐로보다 더 잔인한 색깔이, 바로
‘ 미이라브라운(Mummy Brown)’이다.       



미이라브라운


이 색깔은 인간의 신체를 재료로 해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색깔 이름이 미이라브라운이다. 피라미드에 있는 미이라로부터 직접 이 같은 색을 얻었다고 한다.

갈색으로 변색된 미이라의 표면을 긁어 채취되어 만든 잊지 못할 색깔이 바로 미이라브라운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먼저 사용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서구의 변명이리라.

복수가 아니라면 이집트에서 누가 신성한 왕족의 미이라를 갈아서 몇 푼이나 벌자고 그림을 그리겠는가. 힘없고 간뎅이 작은 화가가 그걸 원료로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화가가  자기의 피를 물감처럼 써 화폭에 그릴 수는 있어도 그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서구의 침략으로 마구잡이로 유럽에  수송된 품목중에 미이라가 끼게 되고, 역사성이 없는 미이라, 그냥  버릴 수 없는 그 재료를 상인들이 물감으로 만든 것이다.

    

미이라브라운-이 색깔은 프랑스 화가 마르탱 드롤랭이 그린 ‘주방’(1815)처럼 유럽의 19세기 화가들이 특히 열광했던 색깔이다.  오죽하면 파리에 그 물감을 전문으로 파는  '미이라'라는 이름의 화방까지 있었을까.

이제 이 색깔은 더 이상 만들 수 없다. 인격과 인권을 이야기하기 전에 미이라가 먼저 동이 났기 때문이다.   


                                    

마르탱 드롤랭의 주방



찾을 수 없으면 사람들은 더 찾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색깔을 몹시도 그리워한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1천 년 동안 인간의 눈을 사로잡은 ‘세계에서 가장 진귀한 8가지 색’ 중 하나로 미이라브라운을 꼽았다.      


어떤 결과물 뒤에는 이렇게 미이라의 눈물과 소가 지르는 비명이 있다.


그래도 우리에게 끝까지 남고 기억되는 것은 재료가 아니라 작품이다. 그래서 창작의 재료는 눈물과 비명이 들어가야 그 작품이 선명해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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