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순훈 Nov 24. 2016

아들에게 주는 편지

아버지가 하고 싶은 말

세상의 아버지들은 모두 아들을 마음 깊이 생각합니다.   아들이 하는 일을 응원합니다.

 

아들은 말을 안 해도, 아버지의 가장 오래된 가까운 친구입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도 오래도록 아버지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생각과 뜻을 계속 이어가는 남아있는 분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상의 많은 아버지들은 자기의 마음과 뜻, 인생길에서 겪는 쓰라린 교훈을 아들에게 남겨주려고 했습니다.     


오늘날 중국에서도 존경받는 제갈량이 아들에게 남긴 글은 자녀 지침서가 되었고, 원요범이 남긴 유훈은 운명을 바꾸는 책이 되었습니다. 서양의 신사로 불리는 체스터필드는 ‘아들아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는 글을, 군인 중의 군인이라는 맥아더는 ‘내 자녀는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라는 기도문을 남겼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주 최부자집과 퇴계 이황 선생이 아들에게 주는 글,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준 ‘하피첩霞帔帖’이 유명합니다. 유배 7년, 천리길에 떨어진 남편에게 시집올 때 가져온 색 바랜 붉은 치마를 보내 다산이 그걸 잘라 서첩으로 만들어 아들에게 남긴 글이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더웨이



다산은 아들에게 두 가지 글자를 주었습니다.

세상을 사는데 필요한 두 가지는 부지런함(勤)과 검소함(儉)이라는 겁니다. 이것이 자신과 세상을 화평하게 한다고 알려주었지요.     


오늘은 아들에게 요즘 세상에 필요한 현대적인 글을 주려고 합니다.


김승호 회장의 글과 한 어머니가 아들에게 주는 글 두 가지입니다.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 남자답게 살라는 이야기를 하면 장가가기도 힘들다 하여 ‘마초’라 질타를 받는다 합니다. 하지만 남자는 자기가 택한 아내와 가정을 책임져야 할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은 세상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필요한 사실입니다. 자신에게 마음의 화평을 주고, 가정과 주변에 사랑을 받는 길을 알려주는 한 아버지와 한 어머니의 글로 아들의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기를 바랍니다.



                    

김승호 회장



아들에게 주는 교훈     



                                                                          김승호     




1. 약속시간에 늦는 사람하고는 동업하지 마라.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모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2. 어려서부터 오빠라 부르는 여자아이들을 많이 만들어 놓거라. 그들 중에 하나 둘은 말도 붙이기 어려울 만큼 예쁜 아가씨로 자랄 것이다.     

3. 목욕할 때는 다리 사이와 겨드랑이를 깨끗이 씻거라. 치질과 냄새로 고생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4. 식당에 가서는 맛있는 식사를 하거든 주방장에게 간단한 메모로 칭찬을 전해라. 주방장은 자기 직업을 행복해할 것이고 너는 항상 좋은 음식을 먹게 될 것이다.

5. 좋은 글을 만나면 추천을 하거라. 너도 행복하고 세상도 행복해진다.

여자아이들에게 짓궂게 하지 말거라. 어린 여자나 나이 든 여자나 신사를 좋아한단다.     


6. 양치질을 거르지 말거라. 하지만 빡빡 닦지도 말거라. 평생 즐거움은 먹을 것에 있단다.

7.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거라. 친구가 너를 어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아내가 즐거워할 것이다.

8. 하나님을 찾아보거라. 만약 시간의 역사, 노자, 요한복음을 이해한다면 서른 살이 넘어서면 스스로 서게 될 것이다.

9. 어려움 받은 사람과 너무 예의 바른 사람을 집에 초대하지 말거라. 굳이 일부러 피곤함을 만들 필요는 없다.

10. 똥은 아침에 일어나 누거라. 일주일만 억지로 해보면 평생 뱃속이 편하고 밖에 나가 창피당하는 일이 없다.     


11. 가까운 친구라고 남의 말을 전하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속을 보이지 마라. 그 사람이 바로 네 흉을 보고 다닐 사람이다.

12. 나이 들어가는 것도 청춘만큼이나 재미있단다. 그러니 겁먹지 말거라. 사실 청춘은 청춘 그 자체를 빼고는 다 별거 아니란다.

13. 밥을 먹고 난 후에는 빈 그릇은 설거지통에 갖다 넣어주거라. 엄마는 기분이 좋아지고 여자 친구 엄마는 널 사위로 볼 것이며, 네 아내는 행복해할 것이다.

14. 양말은 벗으면 반드시 펴서 세탁기에 넣거라. 소파 밑에서 도넛이 된 양말을 흔드는 사나운 아내를 만나지 않게 될 것이다.

15. 돈을 너무 가까이하지 말거라. 돈에 눈이 멀어진다. 돈을 너무 멀리하지 말거라. 너의 처자식이 다른 이에게 천대받는다. 돈이 모자라면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구별해서 사용해라.     


16. 깜빡이도 안 켜고 끼어든다고 욕하지 마라. 그래도 욕이 나오면 다음 주까지 기다렸다 해라. 생각이 안 나면 잊어버리고 말자. 어차피 우리는 깜빡깜빡하는데 전문가들이지 않은가.

17. 연락이 거의 없던 이가 찾아와 친한 척을 하면, 돈을 빌리기 위한 것이다. 분명하게 ‘노’라고 말해라. 돈도 잃고 마음도 상한다. 친구가 돈이 필요하다면 되돌려 받지 않아도 될 한도에서 모든 것을 다 해줘라. 그러나 먼저 네 형제나 가족에게도 그렇게 해줬나 생각하거라.

18. 너는 항상 네 아내를 사랑해라. 그러면 네가 내 아내에게 사랑받을 것이다.

19. 심각한 병에 걸린 것 같으면 최소한 세명의 의사 진단을 받아라. 생명에 관한 문제에 게으르거나 돈을 절약할 생각은 말아라.

20.5년 이상 쓸 물건이라면 너의 경제능력 안에서 가장 좋은 것을 사거라. 결과적으로 그것이 절약하는 것이다. 베개와 침대와 이불은 가장 좋은 것을 사거라. 숙면은 숙변과 더불어 건강에 가장 중요한 문제다.      


21. 너의 자녀들에게 아버지와 친구가 되거라.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될 것 같으면 아버지를 택해라. 친구는 너 말고도 많겠지만 아버지는 너 하나이기 때문이다.      

22. 오줌을 눌 때에는 바짝 다가서거라.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될 것이 눈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23. 네 자녀를 키우면서 효도를 기대하지 말아라. 나도 너를 키우며 너 웃으며 자란 모습으로 벌써 다 받았다.

  


영화,  <아들>의 장면




<어느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는 글>    


      

아들아!     

결혼할 때 부모 모시는 여자는 택하지 말아라.


너는 엄마랑 살고 싶겠지만 엄마는 이제 너를 벗어나 엄마가 아닌 인간으로 살고 싶단다.


엄마한테 효도하는 며느리를 원하지 말아라. 네 효도는 너 잘 사는 걸로 족하다.     네 아내가 엄마 흉을 보거든 네 속상한 거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그걸 엄마한테 옮기지 말아라. 엄마도 사람인데 알고 기분 좋겠느냐. 모르는 게 약이란 걸 백번 곱씹고 엄마한테 옮기지 말아라.     


아들아!

내 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널 배고 낳고 키우느라 평생을 바쳤거늘 널 위해선 당장 죽어도 서운한 게 없겠거늘,,, 네 아내는 그렇지 않다는 걸 조금은 이해하거라. 너도 네 장모를 위해서 네 엄마만큼 아니지 않겠니.     

혹시 어미가 가난하고 약해지거든 조금은 보태주거라. 널 위해 평생 바친 엄마이지 않느냐.

그것은 아들의 도리가 아니라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느냐. 독거노인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미가 가난하고 약해지는데 자식인 네가 돌보지 않는다면 어미는 얼마나 서럽겠느냐. 널 위해 희생했다 생각지는 않지만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다는 자책은 들지 않겠니?     


아들아!

명절이나 어미 아비 생일은 좀 챙겨주면 안 되겠니?

네 생일 여태까지 한 번도 잊은 적 없이 그날 되면 배 아파 낳은 그대로 그때 그 느낌 그대로 꿈엔들 잊은 적 없는데 네 아내에게 떠밀지 말고 네가 챙겨주면 안 되겠니? 받고 싶은 욕심이 아니라 잊히고 싶지 않은 어미의 욕심이란다.     


아들아 내 사랑하는 아들아!

이름만 불러도 눈물 아련한 아들아!

네 아내가 이 어미에게 효도하길 바란다면 네가 먼저 네 장모에게 잘하려무나. 네가 고른 아내라면 너의 고마움을 알고 내게도 잘하지 않겠니? 난 내 아들의 안목을 믿는다.     


딸랑이 흔들면 까르르 웃던 내 아들아! 가슴에 속속들이 스며드는 내 아들아! 그런데 네 여동생 그 애도 언젠가 시집을 가겠지. 그러면 네 아내와 같은 위치가 되지 않겠니? 항상 네 아내를 네 여동생과 비교해 보거라. 네 여동생이 힘들면 네 아내도 힘든 거란다.     


내 아들아 내 피눈물 같은 내 아들아!

내 행복이 네 행복이 아니라 네 행복이 내 행복이거늘 혹여 나 때문에 너희 가정에 해가 되거든 나를 잊어다오. 그건 에미의 모정이란다. 너를 위해 목숨도 아깝지 않은 어미인데 너의 행복을 위해 무엇인들 아깝지 않으리. 물론 서운하겠지 힘들겠지 그러나 죽음보다 힘들랴.     


아들아!!!

네가 그러나 가정을 이룬 후 에미 애비를 이용하지는 말아다오. 평생 너희 행복을 위해 바쳐 온 부모다. 이제는 에미 애비가 좀 편안히 살아도 되지 않겠니? 너희 힘든 건 너희들이 알아서 살아다오. 늙은 에미 애비 이제 좀 쉬면서 삶을 마감하게 해다오.     


너의 에미 애비도 부족하게 살면서 힘들게 산 인생이다. 그러니 너희 힘든 거 너희들이 헤쳐가다오. 다소 늙은 에미 애비가 너희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건 살아오면서 미처 따라가지 못한 삶의 시간이란 걸 너희도 좀 이해해다오.


우리도 여태 너희들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니? 너희도 우리를 조금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 안 되겠니? 잔소리 가치관 너희들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렴.… 우린 그걸 모른단다. 모르는 게 약이란다. 날 나쁜 시에미로 몰지 말아라. 내가 널 온전히 길러 목숨마저 아깝지 않듯이 너도 네 자식 온전히 길러 사랑을 느끼거라. 아들아 사랑한다 목숨보다 더 사랑한다. 그러나 목숨을 바치지 않을 정도에서는 내 인생도 중요하구나.

     

아들아!!!.

우리가 원하는 건 너희의 행복이란다. 그러나 너희도 늙은 어미 아비의 행복을 침해하지 말아다오. 손자 길러 달라는 말, 하지 말아라. 너보다 더 귀하고 이쁜 손자지만 매일 보고 싶은 손주들이지만 늙어가는 나는 내 인생도 중요하더구나. 강요하거나 은근히 말하지 말아라.


아들아!

사랑한다. 아들아 사랑한다. 아들아 사랑한다, 아들아 사랑해!     


두 사람이 아들에게 주는 글은 큰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하고 작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생활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했기에 감동을 줍니다.    재미교포 사업가인 김승호 회장은 인생의 쓴맛을 겪으며 기업을 다시 일구었기에 그가 아들에게 주는 교훈은 남다를 겁니다. 그는 아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유산으로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느 어머니가 아들에게 주는 글은 원저자를 찾지 못해 그냥 올립니다.     

      

좋은 아들을 두었거나, 좋은 아들을 두고 싶은 아버지, 그리고 그를 키워낸 어머니와 그를 남편으로 맞이하려는 딸들에게 오늘의 편지를 드립니다.

 


방송인 김제동



추신:

대문의 사진은 드라마 '전원일기'를 통해 국민 아버지로 불리는 최불암 선생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