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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훈 Feb 28. 2017

남자는 거절당할까 두렵고, 여자는 버려질까 두렵다.

왜 사랑을 해도 남녀는 다른가?


사랑을 해도 남자와 여자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사랑을 해도 남녀는 왜 다른가? 


남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지만, 여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보다 자기를 좋아해 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왜 그럴까?

양성평등을 외치며 모든 것을 자신 있게 대하는 요즘 여자들이 ‘사랑의 선택권’을 남자에게 의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쁜 남자’-

요즘 유행하는 노래 중 많은 가사가 나쁜 남자를 말한다.

‘나쁜 남자를 사랑했다. 그는 나를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 떠났다. 나는 울고 있고 마음이 아프다. 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 너무 잘해준 게 죄일까? 다시 내게 돌아와. 나를 버리지 마.’       


왜 여자는 나쁜 남자를 버리지 못할까. 왜 아직도 미련을 가질까.     

여기에 복수심리가 얹어져 여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그럼 우리 쿨하게 헤어져. 나는 이제 너보다 더 좋은 남자 만날 거야!’     


남자는 야망에 살고, 여자는 사랑에 산다. 하지만 왜 아직도 여자는 사랑을 선택하지도 못하고 결정권을 행사하지도 못할까?     


이것은 사랑이 주는 두려움이다. 남자는 사랑을 시작하면서 여자에게 거절당할까 두렵고, 여자는 사랑 중에 남자에게 버림을 당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조사는 눈길을 끈다.

남녀 대학생 5백 명에게 ‘내가 더 좋아하는 사람을 사귀나?’ 아니면 ‘나를 더 좋아해 주는 사람을 사귀나?’ 물었다.   


남자는 70%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사귀고, 여자는 61%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사귄다고 대답했다. 남자는 자기를 좋아해 주는 여자와 사귀는 사람이 30%, 여자는 39%가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와 사귄다.      


여자는 사랑을 해도 ‘여자보다는 남자가 여자를 더 좋아해야 결혼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속설을 부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것은 사랑 후에 생기는 남자에게 여자의 버려질지 모른다는 ‘유기 불안’ 때문이다.    

 


“남자에게 마음을 주었는데 남자의 마음이 돌변하면 나 자신이 하찮은 존재가 되는 느낌을 경험하고 싶지 않아요.”     


“여자에게 사랑은 중요해요. 남자의 마음이 바뀌면 사랑도 끝나고 좌절감에 빠질까 두려워요.”     


“지금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 때문에 나를 떠난다면 끔찍해요. 상상조차 하기 싫어요. 최악이죠. 여자로서의 인생이 끝나는 기분일 거예요.”     


여자들은 사랑을 하는 중에도 불안하다. 남자의 사랑이 식으면 어쩌나, 다른 여자에게 한눈이라도 팔면 어쩌나 걱정이 많다.      


이런 불안감이 심해지면 남자의 핸드폰을 검색하고 싶고, SNS와 메일을 뒤져보고 싶다. 심지어 위치추적까지 한다. 남자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촉각을 세우고 심각해진다.     


사람은 자존감에, 때로는 자괴감이 교차하며 산다. 사랑도 그렇다. 내 사랑에 대한 자신감과 불안감이 바람처럼 교대로 불어오기 때문이다.      


그 불안감 때문에 남자는 하루라도 빨리 여자와 잠자리를 갖고 싶어 하고, 여자는 이 남자가 자기에게 오는 진정한 사랑인가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묻는다.     


“날 사랑해? 정말 사랑해? 얼마나 사랑해?”     


여자의 말이 애교나 관심을 넘어 귀찮다고 느껴질 때, 남자는 떠날 준비를 한다. 남자의 바람기와 방랑기가 여자를 울린 건지, 여자의 집착과 집요한 확인이 그녀에게 이별의 상처를 준 것인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누가 더 사랑했을까?”     


시간이 지나면 사랑을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누가 더 좋아했는지도 아련하다. 나중에 남는 것은 결국 상대에 대한 확신이자 믿음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완성시키는 것은 누가 더 사랑을 했는지가 아니다.  서로의 사랑을 가꿀 수 있게  확신을 했느냐, 기다렸느냐, 참았느냐가 그 사랑을 완성시키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못 견디면,  사랑의 흔적은 상처로 남는다.

그 과정을 넘어설 때, 사랑은 이윽고 폭풍우를 멈추고 잔잔한 호수가 된다.  




추신:

사진은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의 김민희 씨.

본문은 연세대 전용관 교수의 글을 참조해 다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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