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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훈 Apr 25. 2017

여자를 위하여

여자들에게 보내는 헌사

세상에 존재하는 여자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헌사입니다.          



살면서 알리라. 알게 되리라.

남자는.     


여자로부터 세상에 와

여자에게 배우고

여자에게 용기와 위로를 받으며

여자가 옆에 있어 빛을 낼 수 있었고

여자 때문에 일하는 것을.     


마지막 날도

여자가 있기에 믿고

두고 갈 수 있음을.           


돌아보면 여자는 약하다. 여자는 강하다.

남자의 빛도 의식도 꿈도 아름다움도 다 여자에게서 왔기 때문이다.     

여자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

바로 남자다.     


그래서 모든 여자는 고귀하다.

존중받아야 마땅하고 귀하게 여겨져야 한다.     

사랑으로 남자를

다시 깨우고 감싸안고 일어서게 하기 때문이다.


남자, 당신이 바라보는 한 여자는

남자에게 세상을 사는 이유이자 힘을 주는 존재다.     


그 여자는

누군가의 연인이자, 누군가의 누이고, 누군가의 어머니다.     


여자에게 사랑과 존경의 헌사를 보냅니다.

예물로 시 한 수도 함께 바칩니다.     






   여자를 위하여          



                                                    이기철

     



   너를 이 세상의 것이게 한 사람이 여자다.

   너의 손가락이 다섯 개 임을 처음으로 가르친 사람

  너에게 숟가락질과 신발 신는 법을 가르친 사람이 여자다.      


   생애 동안 일만 번은 흰 종이 위에 써야 할

    이 세상 오직 하나뿐인 네 이름을 모음으로 가르친 사람

   태어나 최초의 언어로, 어머니라고 네 불렀던 사람이 여자다.      


   네 청년이 되어 처음으로 세상에 패배한 뒤

   술 취해 쓰러지며 그의 이름을 부르거나

   기차를 타고 밤 속을 달리며 전화를 걸 사람도 여자다.      


  그를 만나 비로소 너의 육체가 완성에 도달할 사람

  그래서 종교와 윤리가

  열 번 가르치고 열 번 반성케 한

  성욕과 쾌락을 선물로 준 사람도 여자다.      


  그러나 어느 인생에도 황혼은 있어

  네 걸어온 발자국 헤며 신발에 묻은 진흙을 털 때

  이미 윤기 잃은 네 가슴에 더운 손 얹어 줄 사람도 여자다.      


  깨끗한 베옷을 마련할 사람

  그 겸허하고

  숭고한 이름인

  여자                          




추신:     

현대문학에 발표된 이기철의 시 ‘여자를 위하여’는 연이 나뉘어 있지 않습니다.

가독성을 위하여 필자가 임의로 나누었습니다. 대문 그림은 판화가 이철수, 본문 그림은 정지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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