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에게 보내는 헌사
세상에 존재하는 여자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헌사입니다.
살면서 알리라. 알게 되리라.
남자는.
여자로부터 세상에 와
여자에게 배우고
여자에게 용기와 위로를 받으며
여자가 옆에 있어 빛을 낼 수 있었고
여자 때문에 일하는 것을.
마지막 날도
여자가 있기에 믿고
두고 갈 수 있음을.
돌아보면 여자는 약하다. 여자는 강하다.
남자의 빛도 의식도 꿈도 아름다움도 다 여자에게서 왔기 때문이다.
여자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
바로 남자다.
그래서 모든 여자는 고귀하다.
존중받아야 마땅하고 귀하게 여겨져야 한다.
사랑으로 남자를
다시 깨우고 감싸안고 일어서게 하기 때문이다.
남자, 당신이 바라보는 한 여자는
남자에게 세상을 사는 이유이자 힘을 주는 존재다.
그 여자는
누군가의 연인이자, 누군가의 누이고, 누군가의 어머니다.
여자에게 사랑과 존경의 헌사를 보냅니다.
예물로 시 한 수도 함께 바칩니다.
이기철
너를 이 세상의 것이게 한 사람이 여자다.
너의 손가락이 다섯 개 임을 처음으로 가르친 사람
너에게 숟가락질과 신발 신는 법을 가르친 사람이 여자다.
생애 동안 일만 번은 흰 종이 위에 써야 할
이 세상 오직 하나뿐인 네 이름을 모음으로 가르친 사람
태어나 최초의 언어로, 어머니라고 네 불렀던 사람이 여자다.
네 청년이 되어 처음으로 세상에 패배한 뒤
술 취해 쓰러지며 그의 이름을 부르거나
기차를 타고 밤 속을 달리며 전화를 걸 사람도 여자다.
그를 만나 비로소 너의 육체가 완성에 도달할 사람
그래서 종교와 윤리가
열 번 가르치고 열 번 반성케 한
성욕과 쾌락을 선물로 준 사람도 여자다.
그러나 어느 인생에도 황혼은 있어
네 걸어온 발자국 헤며 신발에 묻은 진흙을 털 때
이미 윤기 잃은 네 가슴에 더운 손 얹어 줄 사람도 여자다.
깨끗한 베옷을 마련할 사람
그 겸허하고
숭고한 이름인
여자
추신:
현대문학에 발표된 이기철의 시 ‘여자를 위하여’는 연이 나뉘어 있지 않습니다.
가독성을 위하여 필자가 임의로 나누었습니다. 대문 그림은 판화가 이철수, 본문 그림은 정지원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