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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훈 Apr 27. 2017

잘 가는 사람은,  지나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가는 봄날을 보면서-

봄날이 가고 있습니다.      


한 시인의 말처럼

'살아보면, 돌로 사나, 꽃으로 사나 한 평생 뒹굴 버석 궁구는 일인데',사람들은 요란하게 삽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것이지요.          


그래서인가요. 사람은

'이래서 이 세상에 돌로 버려지면 어쩌나 두려워하면서 ,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 어쩌나 꿈도 꾸면서' 사는가 봅니다.

         

       -신경림, '돌 하나, 꽃 한송이 '중에서



그러다 보면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한 유행가 가사가 가슴에 다가오지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를 위해 무엇을 했나.'

     

아쉬워할 필요 없습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인생의 덧없알기에 이렇게 조언합니다.     


善行, 無轍迹….

잘 가는 사람은 지나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달도 구름을 조용히 지나,

바람도 대숲을 말없이 지뿐입니다.          


가는 봄날을 아쉬워하는

그대에게 시 한수 보냅니다.      


우리의 봄날도 이렇게 조용히 갑니다.                         






          봄날     


     

                               신경림           




새벽안개에 떠밀려 봄바람에 취해서

갈 곳도 없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불현듯 내리니 이곳은 소읍, 짙은 복사꽃 내음.

언제 한 번 살았던 곳일까,

눈에 익은 골목, 소음들도 낯설지 않고.

무엇이었을까, 내가 찾아 헤매던 것이.

낯익은 얼굴들은 내가 불러도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복사꽃 내음 짙은 이곳은 소읍,

먼 나라에서 온 외톨이가 되어

거리를 휘청대다가

봄 햇살에 취해서 새싹 향기에 들떠서

다시 버스에 올라. 잊어버리고,

내가 무엇을 찾아 헤맸는가를.

쥐어보면 빈 손, 잊어버리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서 내릴지도.          





추신:

대문 그림은 이철수 판화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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