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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훈 May 21. 2017

뇌물 받는 방법

사람을 움직이는 힘, 뇌물과 선물 6

뇌물은 힘이 세다. 뇌물은 심지어 전쟁도 막는다.      


전국시대, 제나라가 위나라를 공격했다. 다급해진 위나라 왕은 제나라의 유세객 순우곤에게 보옥 두 쌍과 말 여덟 필을 선물하며 위나라를 공격하는 제나라 왕의 마음을 바꾸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뇌물을 받고 순우곤은 왕을 설득했다.

“제나라의 원수는 초나라지 위나라가 아닌데 왜 자기편을 치고 원수가 연명할 기회를 주느냐”며 이번 싸움은 명분도 내실도 없다고 했다.      


그 설득에 공감한 제나라 왕은 곧 위나라 공격을 포기한다. 그런데 곧 한 빈객이 제나라 왕에게 순우곤이 뇌물을 받고 왕을 설득했다고 사실을 고해바쳤다.      


이에 분개한 제나라 왕이 속았다고 생각해 벌하려 하자 순우곤이 항변했다.

“제나라가 위나라를 치는 것이 정말 현명하고 명분이 있다면, 제가 위나라에서 죽어도 그들에게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면 위나라 왕이 제게 선물을 주었다고 해서 전하와 제나라에게는 해가 될 것이 없습니다. 전하께서는 제 말을 듣고 위나라를 공격하려던 계획을 포기함으로써 자기편을 쳤다는 제후들의 비난에서 벗어났고, 위나라 역시 멸망할 걱정에서 벗어났으며, 백성은 병란의 재난에서 벗어났습니다. 저는 공을 세운 대가로 구슬과 말을 받은 것뿐인데, 대체 전하께 해가 된 일은 무엇입니까?”      


이 말을 듣고 왕은 그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그 뒤로 공을 세우고 받는 것은 뇌물이 아니라는 말이 생겼다.      

힘이 있는 자는 선물은 어찌 써야 하는가. 한 고사는 이를 잘 알려준다.      


전국시대 주나라는 주변 제후국에 비해 작고 힘이 없어 여러 나라의 주요 인물들에게 보석 등 진기한 선물을 하며 안전을 도모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사신(초나라 두혁)이 이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왕에게 이 문제를 지적하자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방법을 물었다.      


“대개 선물이란 숲에 그물을 치는 것과 같아서 새가 없는 곳에 치면 하루에 한 마리도 걸려들지 않을 것이고, 새가 우글거리는 곳에 치면 새들을 놀라게만 할 뿐 아무런 소득이 없습니다. 그물은 반드시 새가 많은 곳과 없는 곳의 경계선에 쳐야 새들을 많이 잡을 수 있는 법입니다.”

 왕이 일리가 있다고 맞장구를 치자 그는 이어 말한다.     


“전하께서 세간에서 훌륭하다고 소문난 인물에게 선물을 주면 그 사람은 전하를 경멸할 뿐이고, 대수롭지 않은 인물에게 주면 그들은 전하께서 기대하신 만큼 쓸모가 없으므로 결국 재물만 낭비하는 꼴이 됩니다. 그러므로 지금은 궁핍하지만 장차 크게 쓸 만한 인물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될 성싶은 사람에게 투자하십시오. 전하의 곁에 있는 경취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그는 친분 있는 경취를 중용시키고 선물의 효용도 극대화했다.        


전국시대 6개국의 공동 재상을 지낸 유명한 책사, 장의(張儀)가 초나라에 잠시 객경의 신분으로 머물렀을 때의 일이다. 왕이 그를 중용을 하지 않자 위나라로 가겠다며 왕을 만났다.     


“만일 전하께서 필요하신 게 있으면 제가 위나라에서 가지고 오겠습니다.”

“사람들이 중하게 여기는 보석, 황금, 상아는 이곳에도 많다. 나는 지금 필요한 것이 없다.”

“그럼 전하는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그것이라니?”

“중원의 여인들 말입니다. 그들은 마치 선녀와 같다고 하지 않습니까?”     


장의의 말에 왕은 솔깃했다. 중원의 선진국가 미녀들에 대해서 그도 일종의 환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오, 그래. 내가 본 적은 없지만 중원의 미녀들 이야기는 많이 들었도다. 너는 그 미녀들을 데리고 오거라.”     

왕은 많은 보석을 장의에게 주면서 여비와 비용으로 쓰도록 하였다. 이 소식을 듣고 불안해진 것은 초나라의 왕후 남후와 후궁 정수였다. 장의가 데려올 중원의 미녀가 왕의 총애를 독차지할까 두려웠다.      


그래서 급하게 사람을 시켜 장의가 미녀를 구해오지 못하도록 많은 황금을 전하였다. 장의는 왕이나 왕후에게 죄를 짓지 않고 양쪽을 만족시키는 꾀를 내었다. 출발하기 전 먼 길을 떠나는 터이니 송별연을 부탁했다. 그 자리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 장의는 갑자기, “이곳에 전하가 아끼시는 여인들이 들어오실 수 있는지요. 제가 술을 한 잔 올리고 싶습니다.”      


왕이 왕후와 후궁을 부르자, 장의는 경탄을 하며 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전하, 신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네가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이냐?”     


왕이 깜짝 놀라서 묻자 장의가 대답했다.

“제가 천하를 돌아다녀 봐도 전하 앞에 계신 저 두 여인보다 아름다운 분은 뵌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전하께 중원에 미녀가 많다고 하였으니, 이것은 전하를 기만한 것이 아닙니까?”     


왕은 이 말을 듣고 화를 내지 않고 기쁘게 이야기했다.

“그건 죄가 아니야! 나도 천하에 저들과 견줄만한 미녀가 없다고 생각했도다. 너도 중원에 갈 필요가 없다.”     


이 말을 들은 왕후와 후궁도 만족하여 장의가 떠나는 것을 만류하였다.  장의는 보석과 황금을 공짜로 얻은 채 초나라에 계속 머물 수가 있었다.


뇌물과 선물은 그 자체가 본질이 아니다.  사람을 설득하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그걸 장의는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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