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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훈 Oct 08. 2015

내 운명을 여는 좁은 문

인생 5계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한 모양새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불행의 이유가 다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이다.  


인생의 불행은 이처럼 제각각 다른 얼굴로 우리를 방문한다.


인생을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생을 행복하게 산다는 것,

 ‘행복한 인생’이라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늘이

나에게 준 내가 서야 할 자리에 서는 것이다.


인생을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여건도 재능도 아니다.


부자로 태어났지만 불행한 이들,

천재로 태어나 불행하게 살다 간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고흐는 평생을 그림 한 점을 제대로 못 팔아

추위와 고독에 침몰했지만

피카소는 평생을 수없는 여자와 함께

살면서 하고 싶은 그림을 마음껏 했다.

똑같은 천재이면서 이렇게 인생이 다른 것이다.


그것은 한국에서 최고가에 팔리는

 박수근 화백이나 김환기 화백도 그렇다.


빨래터를 그린 박수근은

 물감 살 돈과 약값이 없어 허덕였지만

김환기 화백은 여유 있는 인생을 살았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부자로 사는 길도 아니고

이름을 떨치는 것도 아니다.

인생의 행복은 바로 천명을 아는 것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길’을 걷는 것이다.


천명(天命), 운명이 부르는 소리를 아직 듣지 못했을 때,

당신은 아직 운명의 길을 찾을 수 없다.


 이럴 때는 어찌해야 하는가.

인생길을 걸을 때는 자신만의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인생계획은 자신의 인생을 디자인할 설계도이자,

자신이 목표를 갖고  걸어가야 할  인생지도다.


송나라의 주신중은 인생을 설계하는 5계, 즉 ‘인생 5계’를 이야기했다.


“인생에는 5계가 필요하다.

생계(生計), 신계(身計), 가계(家計), 노계(老計), 사계(死計)가 바로 그것이다.”


생계(生計)란 글자 그대로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직업에 대한 문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이 문제를 학교에서는

제대로 가르치거나 고민하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막연한 ‘장래의 꿈’이 무엇인가를 가볍게 묻고 끝난다.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면서 방황하는 청춘이 많이 생긴다.

흔들리니까 청춘이고,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은

그들에게 잠시 위로가 될지는 몰라도 해결책은 아니다.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자기성찰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야 자신의 인생이 구체적으로 된다.   


신계(身計)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몸가짐과 건강계획이다.


자신의 성격과 기질의 장, 단점을 파악해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리고 살아가야 하는가를 미리 생각해야 한다.

 또한 긴 인생에서

자신의 몸을 어떻게 해야 별 탈 없이 오래

쓸 것이지를 생각하는 문제이다. 이른바 건강계획이다.

 ‘골골 팔십’이라는 말처럼

제 몸의 문제를 아는 사람은 오히려 오래 산다.

 스스로 삼가하고 잘 관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생긴다.

 지식이든 몸이든 과신하는데서 문제가 생긴다.

 몸이든 지식이든 겸손해야 오래가는 법이다.


가계(家計)는 가문과 결혼에 대한 문제이다.

운명처럼 만나는 상대가 아닌 이상

배우자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어떤 상대가 적합한가를 미리 생각하고

 가정과 가문에 대한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 없이 지내다가 결혼 적령기에

대충 만나는 사람과 대충 결혼하는 것은 결국

대충 사는 인생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인생의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반자라는 말과 반려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화여대 강연에서

"젊은 시절 연애도 해서 남자보는 눈도 만들라"고 했다.

마약사위를 얻은 딸에 대한 아쉬움과

최근의 곤혹스러움을 솔직하게 말한 것이다.


배우자를 잘못 선택하면

한 사람의 인생이 오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이 통째로 날아간다.


노계(老計)는 글자 그대로 노년 계획이다.

‘인생 100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간의 수명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노년의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은퇴 이후의 삶, 즉  말년의 불행은 인생의 끝이 참혹해지는 것이다.

더구나 노년의 계획은

후회 없는 죽음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사계(死計)는 죽음에 대한 계획이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이며

유산과 남은 가족 등 뒤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죽음은 예고 없는 손님이다.

인간은 생로병사라는 길을 걷는 필멸의 존재인 만큼

 ‘깨끗한 죽음’에 대한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어떤 이는 밖에 나설 때는

속옷을 깨끗이 갈아입는다. 교통사고같은 의외의 사고에 더러운 속옷으로 죽는 비참함을 맞지 않기 위해서-.


죽음에 대한 준비를 위해,

관속에 들어가 보는 등 미리 죽는 연습을 하는 곳도 있고 미리 준비하는 유언장도 있다. 사계(死計)는 참으로 중요하다.


살아있는 인생의 마무리이기 때문에

마지막을 깨끗하고 멋지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은 다음 세상에서의 인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오는 삶은

자기가 선택할 수 없지만 죽음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행복전도사'로 일컬어지는 한 유명인이 암 말기에 이르러 회생이 어려워 자살을 계획하자 ,

“아내 없는 인생의 말년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면서 그 남편도 함께 자살했다.


그 선택을 가볍게 평가할 수는 없지만

죽음을 미리 계획하지 않으면 이 또한 어이없는 일이 일어나기 쉽다.


그래서 한 철학자의 말은 가슴을 울린다.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삶 전체가 죽음에 대한 준비이다.”

키케로의 말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연못을 심연(深淵)이라고 한다.


 인간은 심연에서 오고 심연으로 다시 돌아간다.


 세상을 사는 동안 어떻게 살 것인가는

살아가면서 늘 고민하는 과제이자

번민 속에서 해결을 찾는 화두이기도 하다.


‘폐월(吠月)’이라는 말이 있다.

 개 견(犬) 자에 입구(口)가 붙은 한자는 ‘짖을 폐’다.

 달을 보고 개가  짖는 것이 바로 폐월이다.


마을 뒷산에  갑자기 훤한 달이 두둥실 떠오르자

그 밝음에 놀란 개가 짖고, 다른 개들은 덩달아 짖는다.

 온동네가 시끄럽다.

 왜 짖는지조차 모르면서 말이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소란이 우리 주변에는 자주 일어난다.


그래서 한 선사는 말한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은 왜 보나?”


어떠한 좋은 말이나 인생의 잠언도

필요한 나이에 배우거나 깨닫지 못하면

도움이 되지 않고 무위가 된다.


율곡 이이는 인생을 살면서

세 가지 불행을 피하면 그래도 살만한 인생이 될 거라고 했다.  

인생에서 피해야 할 3대 불행은 ‘소년등과, 중년상처, 말년빈곤’이다.


소년등과는 젊어서 하는 성공이다.


초년의 성공은 인생에 대해 자만하게 되고

자기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교만한 마음을 갖게 된다.


 일찍 이룬 성공이 그를 인생의 격랑에 떠내려가게 만든다.


노무현 정부 때, 일찍 성공하여 장관과 도백,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다시 찾기가 어렵다.


 한번 고위직을 겪었으니

체면 때문에 아무 일이나 하기도 힘들다.


 일찍 성공한 자신감으로

오만하게 인간관계를 했다면 더 어려울 것이다.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조급한 마음이 더 큰 수렁을 만든다.  

인생은 긴데 어찌할 것인가.


그래서 노자는 ‘교병필패(驕兵必敗)’고 말했다.

 ‘교만한 군대는 반드시 패배한다’.


 항룡유회(亢龍有悔)- 높이 오른 용은 후회가 남는다.

내려갈 일만 남았기에 그렇다.

 등산에서 중요한 것은 하산할 때다.


성공하거나 성공 직전에 무너지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그를 키운 세월과 노력이 아깝고

거기서 좀 더 나아가면 자신과 세상에 빛을 더 선사할 기회가 사라지기에 더 그렇다.


왜 그들에게는

겸하의 도를 가르치는 스승이나 멘토가 주변에 없었던가.


하나의 사례를 들겠다.


김현철 소장은, 지금은 교수지만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이다.

 YS를 모습뿐만 아니라 성격까지 빼닮았다.


YS는 천부적인 정치감각으로  

20대 때 최연소 국회의원이 되어 9선을 하다

노태우, 김종필과 함께 3당 합당이라는  정치적 승부수로 마침내 정권을 잡았다.

 김현철 소장은 YS정부 때 실질적으로 정부를 움직였다.

언론은 YS의 아호인 거산(巨山)을 빗대

그를 소산(小山)이라고 불렀다.

장관을 비롯한 주요 인사가 그의 의중에서 나왔고,

정치기반을 굳히기 위해 나온 그가 구상한  

신한국당의 개혁공천으로

새로운 정치인재들이 수없이 영입되었다.

김현철은 소통령이었다.

그러나 일찍 이룬 성공이 그를 몰락시켰다.

안기부의 도청팀을 활용해 정치에 이용했다는 것과

이권개입이 드러나 그는 구속되었다.       


그의 몰락과 함께 YS정부는 길을 잃었고,

방향타를 잃은 이  나라는 IMF를 맞았다.


그가 정치적으로 재기하려고 할 때

 과거의 행위는 천형의 짐이었다.

그가 준 국회의원 공천은 허다한데  

정작 자신은 공천받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러다 지난 대선 정치세력의 확대를 꿈꾸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표에 의해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으로 영입되었다.

하지만 총선에 공천을 주지 않자 그는 탈당을 한다.

대선 막바지에는 지지를 요청하는

박근혜 후보를 뿌리친 채 오히려 야당의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야당은 대선에 패배했고 그는 다시 길을 잃었다.

 김현철의 정치적 방황은 재능 부족도 명성의 부족도 아니다.

 일찍 이룬 성공 때문이었다. 이처럼 인생의 격랑은 예고 없이 사람을 흔든다.

사람을 흔들고 인생을 흔들어 인생 전체를 엉망으로 만든다.


초년에 큰 고생 없이 이루어진 성공은 인생의 부담이고 짐이다.


 일찍 피는 꽃은 일찍 시들고 늦게 피는 꽃은 늦게 시든다.

인생은 길다.

그렇기에 조금 일찍 이루었다고 기뻐할 일도 아니요

아직 못 이루었다고 슬퍼할 일도 아니다.



두 번째 피해야 할 것은 ‘중년상처(中年喪妻)’다.

 중년에 삶의 굴곡이 있으면 어렵다.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초년고생은 약이지만 중년 고생은 자칫하면 독이 되기 쉽다.

잘못하면 한 번의 상처가 인생 전체를 무너지게 하는 것이다.

결혼은 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것이다.

그 일생이 어느 날 갑자기 통째로 사라지게 되니

자칫하면 허무나 방탕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중년 상처가 무서운 것이다.


세 번째는 말년 빈곤이다.

 초년의 고생은 자랑스럽지만 노년의 고생은 안타까운 것이다.

 노년의 대비가 안되었거나,

자식의 뒷바라지나 사업 지원 때문에

노후대비를 날려버린 노년은 참으로 비참한 것이다.


 다시 해볼 힘이 없으니 그 절망은 더 크다.

 인간의 운명은 생일을 기점으로 바뀐다고 한다.

어릴 때의 생일은 성장에 대한 기대로 기쁨이 더해지지만

늙을 때의 생일은 죽음이 가까워오기 때문에

아쉬움이 쌓여간다. 미래보다는 현재를 더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현재가 경제적 빈곤으로 허덕인다면

현실은 끔찍한 지옥이 된다.


그래서 천명을 모르더라도

‘인생 5계’를 안다면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 수 있다.


인생 5계는 인생길에서 깊은 의미를 지닌다.

생계, 신계, 가계, 노계, 사계. 자신의 인생지도인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정해진 답이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길’인

천명을 찾기 전에는 인생길 자체가 미로다.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질문 속에는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이 이미 담겨있다.


진리를 위해 알아가는 삶을 사는 게 진정한 삶이기 때문이다.

그 진리가 천명(天命)이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그 진리는 바로 자기 자신이요, 자신의 길인 천명이다.  



자신의 운명을 찾는 인생나그네의 천명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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